제19장
웃고 있던 노은정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빨리 그에게서 이혼 동의를 받아내기 위해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혼한 마당에 누가 전남편이랑 심도 깊은 대화를 하고 싶을까!
통상적으로 친한 친구들을 불러 먹고 마시며 축하하는 게 정상 아닌가!
비록 약속한 일을 번복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렇게 좋은 날 기분을 잡치고 싶지 않아 대충 핑계를 댔다.
“그런 말을 한 것 같기도 한데 굳이 지금 얘기한다고는 안 했잖아? 다음에 하자. 시간 날 때 얘기해.”
강윤빈은 손을 놓지 않고 말했다.
“지난번에 나 속이고 이혼 서류에 사인하게 하고 인사 한마디 없이 사라진 후로 당신이 한 말을 더 이상 못 믿겠어. 연락처도 다 바꿨잖아. 오늘 헤어지면 다시 못 볼 수도 있는데 그럼 내가 어디 가서 당신을 찾으란 말이야?”
변호사라서 그런지 정색해서 반론하는 그의 모습에 노은정은 어쩐지 켕기는 느낌이 들었다.
강윤빈은 주의 깊게 그녀의 표정변화를 관찰하며 계속해서 말했다.
“당신이 이혼하겠다고 해서 난 정말 하기 싫었지만 그래도 당신 뜻대로 해줬어. 비록 중간에 시간을 끌기는 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당신이 원하는대로 해줬잖아. 난 당신의 생각을 존중해서 전에 나 속이고 도망간 걸 따지지도 않았어. 다만 마음을 터놓고 당신이랑 얘기를 하고 싶을 뿐인데 이 정도 기회도 주기 싫어? 4년 대학 동창에 3년 부부로 살았는데 나한테 이렇게까지 매정하게 굴어야겠어?”
이혼이 성사된 후, 경계가 느슨해진 노은정은 결국 여기 오기 전까지 했던 다짐을 싹 다 잊어버렸다.
강윤빈이 이렇게까지 그녀의 앞에서 비굴하게 애원한 적이 처음이었기에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며 그에게 말했다.
“알았어. 연락처 줄게. 하지만 며칠 전처럼 자꾸 문자 보내서 귀찮게 하지 마. 말할 때도 거리 좀 두고. 만나는 건 나중에 다시 시간 잡고 보자.”
강윤빈은 그녀가 갑자기 생각을 바꿀까 봐 재빨리 연락처를 입력하고 그녀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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