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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거실 한가운데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었고, 김시아는 피아노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김유미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는데 눈에는 경멸의 빛이 가득했다. ‘분명 웃음거리가 될 거야. 악보도 없는데 감히 연주하러 가다니. 정말 웃겨 죽겠어.’ 자신도 악보 없이 제대로 연주할 수 없는데 김시아처럼 여태까지 피아노를 본 적이 없는 이런 촌뜨기가 어떻게 악보 없이 연주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곧 김유미의 얼굴에 떠올랐던 득의만면한 미소가 굳어졌다. 거실에서는 마치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것 같은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시아의 가는 손끝은 건반을 가볍게 누르며 힘들이지 않고 피아노곡 한 소절을 연주했다. 김유미는 이 짧은 한 소절에서 김시아의 수준이 그녀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악보 없이도 이렇게 잘 연주할 수 있다니?’ 김유미는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채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좀 전에 비아냥거리며 뱉었던 말들이 이제는 모두 보이지 않는 손바닥이 되어 자신의 뺨을 내리치는 것 같았다. “시아야, 정말 잘 치는구나.” “우리 시아가 이렇게 음악적 재능이 있는지 몰랐어.” 심수정과 김준수는 깜짝 놀란 얼굴로 입을 열며 마음속의 교만과 긍지를 주체하지 못하고 김시아에게 칭찬만 늘어놓았다. ‘우리 소중한 딸다워. 너무 멋져!’ 순간 두 사람은 김유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서둘러 일을 수습했다. “시아야, 엄마 아빠는 성대한 파티를 열어 너의 신분을 발표할 예정이야. 유미야, 그때 너와 시아가 함께 파티에서 한 곡 연주해줄래? 너희 두 자매가 함께 연주하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을 거야!” 그 말을 들은 김유미는 안색이 더 흐려졌다. ‘김시아를 위해 파티를 연다고?’ 그들은 지금까지 김유미를 위해 파티를 열어 본 적이 없다. 역시 친딸이 돌아오자 그녀는 이 집에서 아무런 지위도 가질 수 없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곧이어 김유미는 어두운 마음을 가다듬고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무 좋아요. 언니와 함께 연주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뻐요.” ‘두고 봐, 김시아 같은 천한 여자가 파티에서 잘 지내게 놔두지 않을 거야!’ 이 말을 들은 심수정과 김준수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아야, 유미야, 너희들이 이렇게 자매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어서 정말 좋아.” “참, 시아야 엄마랑 함께 파티 때 입을 드레스를 고르러 가자. 우리 시아는 이렇게 아름다운데 드레스까지 입으면 정말 눈부실 거야.” 심수정은 상냥하고 꿀이 떨어지는 눈빛으로 김시아를 바라보았고, 김유미는 누군가 눈을 찌른 듯 아파져 대뜸 소리를 질렀다. “큰어머니, 저도 같이 가서 언니 드레스 고르는 거 도와주고 싶어요. 언니는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자랐고, 드레스를 입어 본 적이 없을 텐데 제가 언니 대신 봐줄 수 있어요.” 심수정은 그녀의 말이 듣기 거북했지만 김유미의 착한 모습을 보며 속으로만 자신을 설득했다. “그래, 유미도 같이 가서 같이 드레스를 고르자. 너희들은 모두 내가 가장 아끼는 아이들이야. 유미야, 시아가 돌아와도 나와 너의 큰아버지는 여전히 너를 딸처럼 예뻐할 거야.” ‘헐!’ 김유미는 속으로 냉소를 지어 보였다. ‘거짓말!’ 김시아가 돌아오자마자 그들의 사랑을 전부 김시아에게 쏟고 있는데 자신을 딸로 여기고 예뻐한다는 것은 모두 거짓말이라 생각했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든 김유미의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를 유지했다. “큰어머니, 저도 두 분이 저한테 잘해주시는 걸 알아요. 언니와 친하게 지내며 함께 두 분께 효도할 거예요.” “그래, 그래야 나와 네 큰아버지도 안심할 수 있어.” 심수정은 상냥한 얼굴로 웃으며 손뼉을 쳤다. 김유미는 여세를 몰아 다정하게 그녀의 팔짱을 끼더니 도발적인 눈빛을 김시아에게 던졌다. 그녀가 심수정과 김준수의 친딸이라고 해도 변하는 건 없다. 자신은 그들이 18년 동안 옆에서 키운 아이이니, 감정은 그녀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 촌뜨기를 김씨 가문에서 쫓아낼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모든 가족의 눈길과 사랑은 반드시 그녀 혼자의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 가는 내내 김유미는 심수정과 김준수에게 칭얼댔다. 심수정과 김준수가 김시아와 말을 하려고 하면 다른 말을 꺼내 주의를 돌렸다. 이런 잔꾀를 눈치챘지만 김시아는 그녀와 따지기 귀찮아서 길고 곧은 두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 나가서 바람을 쐬려고 했다. “도와주세요... 누구 없어요... 우리 할머니 좀 살려주세요...” 화려한 옷차림에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가 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고, 그 옆에 있던 아줌마는 안간힘을 써 할머니를 부축하며 끊임없이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는데 사기 치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것이 분명했다. 김시아는 할머니가 심장병이 갑자기 발작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렸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김시아의 할머니도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김시아는 빨간 입술을 꼭 깨물더니 품에서 은침을 꺼내 길고 곧은 두 다리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할머니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어이, 아가씨, 다가가지 마. 돈이라도 뜯어내려고 하면 어떻게 해?” “그래, 맞아. 잘못 건드리면 아가씨가 책임질 수 없어.” “맞아요, 아가씨, 가지 말아요. 우리가 112 불렀으니 곧 올 거예요...” “다 비켜요.” 김시아는 그 아름다운 두 눈으로 사람들을 둘러보다가 덤덤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분명 어린 소녀일 뿐인데 왠지 모르게 설득력 있고 알 수 없는 아우라에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 그녀에게 길을 내줬다. 김시아는 감히 지체하지 못하고 하얀 손끝으로 은침을 쥐고 할머니에게 침을 놓으려 했다. “뭐 하는 거예요?” 아줌마는 깜짝 놀라 얼른 그녀를 말렸다. 김시아의 그 예쁜 두 눈은 놀라는 기색이 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할머니는 시간이 별로 없어요.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늦을 거예요.” 아줌마는 당황하며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안 돼, 젊은 아가씨가 무슨 의술을 알아요? 우리 어르신을 잘못 치료하면 어떻게 해요?” “치료하지 못하면 제가 책임질게요.” 아줌마는 무슨 말을 더하고 싶었지만 혼수상태에 빠진 여희숙의 얼굴이 점점 더 빨개지는 것을 보고 이를 악물고 맡겨보기로 했다. “그럼 수고해요. 우리 어르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돼요.” “제게 맡겨요.” 김시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은침을 집어 들고 여희숙을 위해 침을 놓기 시작했는데 물 흐르듯 매끄러운 침술이 매우 상쾌해 보였다 “콜록콜록...” 여희숙은 갑자기 기침을 몇 번 하고 혼수상태에서 천천히 깨어났다.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김시아를 보고 놀란 눈빛을 지은 채 어리둥절하게 입을 열었다. “어디서 이렇게 예쁜 선녀가 나타났지? 설마 내가 천국에 도착했단 말인가?” “어떡해, 아직 손자 녀석이 장가들고 아이 낳는 걸 못 봤는데, 증손자라도 안고 싶은데...” “어르신께서는 잘 살아 계시니 불길한 말씀 마세요!” 아줌마가 황급히 어색한 표정으로 여희숙의 말을 끊었다. “이 아가씨가 어르신을 구했어요.” “그래? 잘됐어. 나 아직 안 죽었구나.” 여희숙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정신을 차리더니 자애로운 얼굴로 김시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가씨, 정말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아니면 증손자를 안을 기회도 없었을 거야. 아가씨는 정말 내 은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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