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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강윤아가 박도준의 한마디에 무용단에 들어온 이후로 무용수들이 두 부류로 나뉘었다. 박이서를 모티브로 열심히 분투하는 사람들과 강윤아를 따라서 종일 안무는 대충하고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아양을 부리려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두 번째 부류는 강윤아에게 아양을 떨어서라도 박도준의 눈에 띄어 어떤 혜택이라도 차려지지 않겠나 바라고 있었다. 두 부류는 줄곧 정면으로 마주친 적이 없다가 오늘 수업이 끝난 후 외나무다리에서 만나게 되었다. 강윤아가 먼저 웃으면서 박이서를 가로막았다. “이서야, 나 몇 군데가 미숙해서 그러는데 네가 좀 가르쳐줄래?” 오늘따라 이상하게 나오는 그녀가 심기 불편해서 무심코 미간을 찌푸렸더니 뒤에 있던 강윤아 똘마니가 갑자기 박이서를 훅 밀쳤다. “그 표정 뭐야? 우리 윤아가 안무 좀 가르쳐달라고 하는데 인상을 왜 구겨?” 옆에서 지켜보던 박이서 친구들이 더는 참지 못하고 앞장서서 쏘아붙였다. “그건 우리가 묻고 싶은 말이지. 강윤아 넌 대체 무슨 수작이야? 수업 중엔 아무 말 없다가 하필 다 끝난 뒤에 이러는 건 뭐야? 의도적인 거 너무 티 나!” 박이서는 충돌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친구를 말렸지만 상대는 그녀들이 겁먹은 줄 알고 더 험한 말을 내뱉었다. “졸았냐? 하긴, 우리 윤아는 장차 박도준 씨 와이프 될 사람이니 이서 네가 가르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하지.” “그러게 말이야. 우리 윤아 심기 건드렸다가 도준 씨가 널 확 쫓아버리는 수가 있어!” 그렇게 실랑이가 붙더니 누가 먼저 손을 댔는지 격한 몸싸움으로 번졌다. 아수라장이 되었을 때 강윤아가 갑자기 박이서 곁으로 다가와 그녀를 힘껏 밀쳤다. 박이서는 줄곧 단상의 가장자리에 서 있다가 강윤아가 자신을 밀치려 하자 잽싸게 그녀도 함께 잡아당겼다. 두 여자가 높은 단상에서 떨어진 순간 주변에 비명이 이어지고 장내가 더욱 어수선해졌다. 박도준이 도착했을 때 둘은 수술실로 실려 갔다. 피투성이가 된 두 여자를 보더니 박도준은 사색이 되어 혼란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의사가 부랴부랴 달려오며 답했다. “환자분 두 명 모두 높은 단상에서 떨어져서 양쪽 다리가 다 부러졌어요. 게다가 박이서 씨는 떨어질 때 강윤아 씨한테 짓눌려서 상태가 더 심각해요.” “지금 다리 골절을 치료하는 특효약이 딱 한 개밖에 없어요. 강윤아 씨 상태로는 이 약을 안 써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은...” 의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도준이 덥석 가로챘다. “윤아한테 써요!” “하지만...” “잔말 말고 얼른 수술해요!” 너무나도 단호한 그의 말투에 이제 겨우 고통에서 정신 차린 박이서는 또다시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무용수에게 다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 누구보다 잘 알면서, 의사도 강윤아의 부상은 약을 쓸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이 인간은 어떻게 이런 결정을 내릴 수가 있을까? 박이서는 밀려오는 고통을 참으면서 마지막 한 가닥의 힘으로 겨우 외쳤다. 늘 오만하던 그녀가 지금은 눈물범벅이 되어 한없이 애절하게 빌고 있었다. “오빠, 제발! 그 약 나한테 써주면 안 돼? 내가 이렇게 빌게.” “나 안 좋아해도 되고 산속에 그냥 내다 버려도 괜찮아. 하지만 이건 아니잖아. 난 계속 춤을 춰야 한단 말이야. 이대로 두 다리를 잃을 순 없어. 무용은 내 유일한 꿈이야. 다리가 내 전부란 걸 오빠도 잘 알잖아. 제발 이번 한 번만, 응?” 그녀는 끝내 구슬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창백한 얼굴에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전에 아무리 큰 상처를 입어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던 그녀가 이토록 대성통곡하다니. 박이서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에 박도준도 서서히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이때 기절했던 강윤아가 불쑥 정신을 차리더니 다리가 부러졌다는 공포감에 엉엉 울기 시작했다. “도준 씨, 아파... 다리가 너무 아파. 얼른 나 좀 구해줘...” 박도준은 결국 손을 뿌리치고 강윤아에게 다가갔다. “우리 윤아 착하지. 얼른 의사 선생님더러 특효약 써달라고 할게!” 곧이어 그는 의사를 바라보며 그 특효약을 무조건 강윤아에게 써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를 본 박이서는 애써 몸을 가누고 강윤아 쪽으로 기울면서 의사 손에서 특효약을 낚아채려 했다. 하지만 부러진 두 다리 때문에 꼼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차가운 주삿바늘이 강윤아의 두 다리에 삽입되었다. 박이서는 결국 두 눈을 멀쩡히 뜨고 특효약이 상대의 체내로 주입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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