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장
교외 사찰.
날이 점점 밝아지고 자욱한 안개가 몽글몽글 피어나 길 전체를 새하얗게 뒤덮었다.
정하온과 주단우는 돌담길을 걸으면서 산꼭대기에 있는 사찰로 향했다.
가까운 곳에서 잔잔한 종소리가 울렸다.
사찰 안에는 나무가 우거지고 돌담길에 이끼로 뒤덮였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고 처마 모서리에 매달린 청동 종이 이따금 흔들렸다.
정하온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구석 자리에 앉아서 주단우를 바라봤다. 그는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이토록 아름다운 순간에 하필이면 박도준이 나타나서 분위기를 망쳐놨다.
‘죽지도 않는 놈, 참 끈질긴 놈이야.’
이건 정하온이 이리로 걸어오는 박도준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하온아, 우리 얘기 좀 할까?”
어제 안해원의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그는 자신이 너무 섣불리 다가왔다는 걸 알아챈 듯싶었다.
정하온은 원래 그와 더 얘기할 마음이 없었지만 이제 곧 인제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만에 하나 이 남자가 그곳까지 따라올까 봐 염려되었다.
차라리 이참에 똑바로 말하는 게 좋을 듯싶었다.
그녀는 떠나려다 말고 다시 자리에 앉아 눈썹을 치켰다.
“그래. 말해.”
박도준은 기쁜 마음에 얼른 그녀 옆에 앉으려 했지만 정하온이 재빨리 일어나서 밖으로 걸어갔다.
“누나!”
정하온은 보리수 아래에서 걸음을 멈추고 주단우를 힐긋 바라봤다.
“시간 없어. 빨리 말해.”
“그게...”
박도준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이 반년 동안 하고 싶었던 말을 전부 쏟아내려 했다.
강윤아를 좋아한 적 없다고, 단지 그녀와 연기해서 정하온을 단념시킬 생각뿐이었다고, 또한 강윤아가 그녀를 해친 일도 전혀 몰랐다고, 그래서 그때 먼저 강윤아를 구한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어쨌거나 강윤아는 그의 약혼녀였으니까. 그리고 둘은 아직 혼인신고를 안 했고 그 아이는 예외였지만 안해원이 낳으라고 고집해서 그런 거라고, 일단 낳으면 강윤아를 집에서 내쫓아버릴 거라고 일일이 다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건 바로 다시 내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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