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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장

임시월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언니 방은 위층이에요. 따라오세요.” 오늘은 임건국의 생일 잔치라 임씨네 하인들은 전부 현관 쪽에서 손님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가는 길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다. 임시월은 살짝 고개를 들어 훤칠한 그를 바라보며 심장이 쿵쾅거렸다. 오늘만 지나면 그녀는 이 남자의 여자가 된다. 그녀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건넸다. “대표님, 언니하고 왜 결혼한 거예요?” 육진우는 그녀를 흘겨보다 무뚝뚝하게 답하고 있었다. “좋아해서요.” 그 답을 듣고 나자 얼굴에 표정이 약간 일그러진 임시월은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언니는 오래전에 고상준하고 혼약을 맺었던 터라 어쩌면 진작에...” 임시월은 우물쭈물하며 육진우를 힐끔거렸다. “제가 괜한 말을 했나 봐요.” “괜한 말인 줄 알면 조용히 가죠.” 육진우의 태도는 싸늘했다. 임시월은 표정이 굳어버렸다. 육진우가 임지연하고 고상준의 과거에 엄청 신경 쓸 줄 알았는데 더 묻지 않은 것도 모자라 그녀더러 입을 다물라고 하고 있으니 말이다. 임시월은 한발 물러서며 말을 건넸다. “대표님, 언니가 안에 있어요. 들어가 보세요. 전 이만 가볼게요.” 말을 마치고 그녀가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뒤쪽에서 살짝 잠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시만요.” 발걸음을 멈춘 임시월은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돌렸고 육진우가 말을 덧붙였다. “임시월 씨가 들어가 봐 주세요.” “네?” 임시월은 어리둥절해졌다. “지연이가 옷을 갈아입는 중일 수도 있으니까 제가 들어가면 당황스러울 수 있잖아요. 임시월 씨가 먼저 확인 좀 해주시죠.” 설명을 하고 있는 육진우는 먹물에 물든 듯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눈빛으로 임시월을 쏘아보고 있었다. 임시월은 발끝부터 한기가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마치 마음이 들킨 기분이 드는 것이다. “대표님도 참 무슨 농담을 하고 그러세요. 언니하고 부부 사이인데 언니가 뭘 하고 있던 대표님이 들어간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잖아요.” 임시월은 억지웃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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