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장
정순자가 떠나고 나자 육진우는 임지연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부러 당신 어머니 얘기 꺼냈다는 거 몰라?”
입술을 오므린 채 양손에 깍지를 끼고 있는 임지연은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를 만난 적이 없어요. 그리고 설령 그게 함정일지라도 저는 뛰어보고 싶고요.”
육진우는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바보네!”
임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회가 반쯤 진행되었을 무렵 임건국은 몇몇 상업장의 친구들을 거닐고 임지연한테 다가갔고 얼굴에는 교만함이 잔뜩 묻어있었다.
“여기 우리 딸 임지연일세! 그리고 옆에 있는 분은 육진우 대표님이셔!”
이 사람들은 육신 그룹 연회에서 나란히 나타났었던 임지연하고 육진우를 본 적이 있는데다 오늘 잔치에도 함께 참석을 했으니 두 집안이 진짜로 혼인을 맺었다는 걸 입증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육씨네는 도성시 4대 재벌의 우두머리다!
그러니 육씨네와 인연을 맺게 되면 그야말로 벼락 출세다!
더군다나 임건국의 딸은 육진우와 결혼을 했다니!
그들은 얼굴에 부러움이 묻어났다.
“임 대표는 복이 넘쳐나네.”
“그러게요. 임 대표님. 저희한테도 육진우 대표님에 대해 소개해주지 그래요.”
그들의 아부에 한껏 들떠 있는데도 술기운이 묻어나는 임건국은 눈을 비스듬히 뜨며 육진우를 바라보았다.
“사위! 나한테 체면 좀 세워주게나! 우리 같이 한잔 하지.”
육진우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꿈쩍하지 않고 있었다.
임건국은 뭇사람들 앞에서 어색하게 술잔을 든 채 얼굴이 새빨개졌다.
육진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몸이 안 좋아서 술 못 마셔요.”
대놓고 임건국의 체면을 깎아내리는 행동이기는 하나 임건국은 감히 불만을 표현할 수도 없는 터라 그저 웃음을 지어보였다.
“깜빡했네! 몸이 안 좋은데도 내 생일 잔치에 와 줘서 고마워.”
임건국은 난처한 기색 하나 없이 스스로 변명을 찾고 있었다.
육진우는 단 한 번도 임건국한테 좋은 태도를 보인 적이 없었고 임건국은 사람들을 거닐고 육진우 앞을 한 바퀴 돌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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