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8장

“어머, 우리 육진우 대표님이 사랑에 빠졌나 보네?” 임지연이 자리를 떠나고 나자 육진우의 등 뒤에서 나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육진우는 고개를 돌려 서명훈을 힐끗했다. “이미 벌어진 일인데 후회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 그냥 태연하게 받아들여야지.” 육진우는 한 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담담하게 답했다. 솔직히 그조차도 왜 자신이 임지연의 맑은 눈매를 보고 귀신에 곡한 듯 결혼을 승낙한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명훈은 친구를 지그시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다 이내 황인호 그 무리들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갔다. “네 아내 말이야. 임지연 씨 아버지라는 사람이 회사 자금을 돌리려고 임지연 씨를 황인호한테 시집을 보내려고 하나 봐. 임진 그룹은 임건국의 경영하에 거의 파산되기 일보직전이야. 그래서 황인호도 임지연하고 결혼하고 나면 임진 그룹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것 같아.” 이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육진우는 오늘 특별히 서명훈하고 황인호를 만나게 한 것이었다. “일주일만 시간을 벌어줘. 그 사람이 해결할 일이 아직 남아있거든. 일주일 되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그때 다시 얘기해.” “그래, 알았어. 그럼 난 이만 들어가 볼게.” 서명훈은 알겠다고 했다. 룸으로 돌아온 그는 임건국이 임지연을 강요해 황인호한테 술을 따르게 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대표님, 어제 일에 대해서는 마음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기 바래요. 제 딸이 아직 나이가 어려서 세상 물정을 몰라요. 어제 말귀를 알아듣게 야단을 치고 나서 오늘 범한 무례를 사과하러 온 거예요. 지연아, 얼른 대표님한테 술을 따라야지.” 임건국은 아무 말도 없이 협박이 가득한 눈빛을 하며 임지연을 앞으로 밀치고 있었다. 임지연은 손안에 든 술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고의적인지는 몰라도 와인잔에 소주만 잔뜩 들어있는 게 이 한 잔이면 충분히 술에 취할 수가 있다. 제때에 도착한 서명훈은 그런 임건국의 행위를 제지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여자분한테 너무 막대하시는 거 아니에요. 이 한잔이면 바로 취하겠어요. 여기 룸에 남성분들만 수두룩한데 어여쁜 미인이 취하고 나면 얼마나 재미없어요.” 황인호는 서명훈의 아부를 떨어야 하는 터라 즉시 맞장구를 쳤다. “그래요. 서 대표님이 말씀이 옳아요. 마시지 마. 마시지 마.” 임지연은 한숨을 푹 내쉬며 감격에 가득 찬 눈빛으로 서명훈을 힐끔거렸다. 서명훈도 같은 시간 시선을 돌리는 바람에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치게 되었고 서명훈은 친절함을 표하듯 눈을 깜빡거렸다. 임지연은 황급히 시선을 거두었다. 그녀는 전에 술집에서 만취된 상태에 있었던 자신의 기억이 흐릿하게 떠오르는 것만 같았다. 서명훈은 그때 분명 육진우의 옆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가 이렇게 자신을 도와주고 있는 걸 보니 아마도 육진우와 관련이 있는 게 분명하다. 식사 자리 내내 아첨이 끊이질 않았고 임지연은 옆에 앉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서명훈이 그녀를 챙겨준 이후로 임건국은 그녀를 더는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흘러 식사 자리가 끝나자 서명훈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고 떠나기 전 의미심장한 눈초리로 임지연을 바라보았다. “임지연 씨, 오늘 임지연 씨하고 같이 식사를 하게 되어 아주 즐거웠어요. 나중에 시간 되면 또 만나요.” 그 말을 마치고 그는 훌쩍 떠나버렸다. 모든 사람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임건국은 황급히 일어나 황인호한테 굽신거렸다. “황 대표님, 오늘은 특별히 어제 일에 대해 사과하려고 찾아온 거예요. 지연이도 자기가 잘못한 걸 아나 봐요. 위층에 올라가서 잘 얘기해 보지 않을래요?” 임건국의 말뜻은 너무나도 선명했다. 임지연더러 황인호의 옆을 지키라는 것이다! 황인호는 임지연을 힐끔거렸다. 눈앞에 이 곱고 아름다운 여자는 밖에서 놀던 여자들부터 청순미가 물씬 풍기는 게 지극히 훌륭한 외모를 지녔다. 하지만 방금 서명훈의 태도로 보아 임지연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은데... 서씨 가문의 막대한 세력은 물론 육씨 가문하고의 사이도 두터우니 자신이 잘 보여야 하는 상대들이라 일단 이 일은 천천히 두고 생각해 보는 게 좋을 듯하다. “사과는 잘 받았어. 오늘은 좀 피곤하네. 나중에 다시 얘기해. 그리고 최근에는 육신 그룹하고의 거래에 신경을 써야 하니까 혼사도 일단 보류해. 이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 봐.” 손을 내저은 황인호의 눈빛에는 계산이 가득했다. 서명훈이 정말로 임지연한테 마음이 있는 거라면 육신 그룹하고의 합작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다. 임건국은 순간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래요. 대표님 뜻대로 하죠.” 오늘 기분이 꽤나 상쾌한 황인호는 별말 없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 황인호가 나가자 임건국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돌려 임지연을 쳐다보았다. “오늘 잘했어. 임진 그룹에 투자금이 들어오고 나면 할아버지를 더 좋은 병실로 옮기도록 할게. 임지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분이 좋은 임건국은 임지연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그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임시월을 팔짝팔짝 뛰며 다가와 임건국의 팔짱을 꼈다. “아빠, 상준 오빠 왔어. 혼담에 대해 할 얘기가 있대.” 그녀는 임지연을 도발적으로 쳐다보았고 임지연은 마음속에 그 어떠한 파도도 일지 않았다. 임건국은 거실에 있는 고상준을 확인하고 싱글벙글이었다. “상준아, 전에 너희 부모님하고 이야기가 끝났어. 우린 다른 의견 없어.” 고씨네 가문은 해성시에서 3위 안에 들지만 지금의 고씨 가문은 부모님이 그룹을 책임지는 터라 고상준은 그저 직책만 소유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고상준은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 “이번에 결혼식을 하도 급하게 치르다 보니 시월이가 서운할까 봐서요. 그래서 말인데 예물로 2억을 더 추가하려고요. 이건 제 작은 성의예요.” 정순자는 그 말을 듣고 입꼬리가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상준이가 우리 시월이한테 참으로 다정하네. 언제나 우리 시월이 생각만 해주고 말이야.” “엄마...” 임시월은 부끄러운 티를 내며 정순자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들의 화기애애한 가족 분위기를 보며 임지연은 자신이 남처럼 느껴졌다. 가식적인 그들의 모습을 보기 힘든 그녀는 위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허나 몇 걸음 나아가지도 못했는데 뒤쪽에서 임시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잠시만.” 임시월은 그녀가 원하던 말든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그녀를 고상준 앞으로 끌고 갔다. “언니, 나하고 상준 오빠의 결혼식이 다음 주야. 꼭 와서 참석해야 돼.” 임시월은 자매처럼 다정한 척 연기하고 있었다. 임지연은 아무 말 없이 싸늘한 눈빛으로 고상준을 바라보았다. 고상준은 파혼을 한 자신의 잘못이 있으니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다. “지연아, 우리가 좋게 끝난 건 아니지만 나하고 시월이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이야. 우리를 축복해 줬으면 좋겠어.” 그녀는 눈앞에서 거드름을 피우는 남자를 보며 속이 울렁거렸다. 임시월은 이때다 싶어 말을 끼얹었다. “언니, 남자 모델이랑 결혼했다고 하지 않았어? 다음 주 우리 결혼식에 남편도 데리고 와. 어때?”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