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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장

“아니, 거기 말고 남수로로 가자. 엄청 재밌는 일이 기다리고 있거든.” 윤미담은 느릿느릿 말을 건네고 있었다. 남수로 커피숍 안. 윤미담은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구석에 있는 임지연하고 소우명을 발견했다. 그녀는 싸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역시나 집안 배경이 없는 여자들은 욕심이 많아! 벌써 참을 수 없는 거야!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찍은 뒤 이아정을 데리고 앞으로 걸어갔다. 이아정도 임지연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필경 육신그룹 연회에서 임지연하고 육진우하고 나란히 걸어 들어가는 모습이 실검으로까지 올랐으니 모를 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임지연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저거 임지연 아니에요? 그런데 육진우 대표님은 어디 가고 웬 낯선 남자랑 같이 있어요?” 이아정은 할 말을 다 못하는 표정이었다. 전에 육신 그룹 연회에서는 다정한 모습을 돋보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다른 남자랑 단둘이 나와? 이거 바람 아니야? 곧이어 이아정은 충격에 휩싸인 듯했다. “임지연! 지금 바람 피우는 거야!” 윤미담은 가벼운 미소를 터뜨렸다. “아정아, 말을 함부로 하면 어떡해! 어릴 때부터 시골에서 자라 아주 성실하고 착한 분이셔. 선배하고 결혼까지 했는데 당연히 선을 넘는 일은 못하겠지!” 이아정은 윤미담의 뜻을 알아차렸다 윤미담하고 육진우 사이의 애매한 관계를 알고 있으니 어렴풋이 짐작이 가는 것이다. 육진우가 윤씨네와 합작을 달성했다는 건 윤미담한테 어느 정도 감정이 있다는 의미이고 또 부잣집 사람들이라 하면 공식 석상에서 연기를 하는 경우가 흔한 현상이었다. 이아정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언니, 좋게 평가해 줄 필요 없어. 딱 봐도 임지연이 지금 육진우 대표님 몰래 다른 남자랑 밀회하고 있는 거잖아. 이 일이 소문이라도 나면 육진우 대표님한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치겠어.” 그 말을 듣고 난 윤미담은 유유히 한숨을 내쉬며 안타까운 척 연기를 하고 있었다. “난 지연 씨가 그런 사람이 아닐 거라고 믿어.” 두 사람의 맞장구를 임지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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