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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쇼핑몰을 나온 임지연하고 육진우는 노기등등한 자태로 다가오는 임건국을 마주하게 되었다. 임건국은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게 눈에 거슬렸던 건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임지연! 밤새 이 놈이랑 같이 있었던 거야! 넌 여자애가 수치스러운 걸 몰라? 내가 몇 번을 말해? 여자는 자기 몸을 사랑할 줄 알아야 된다고! 이런 남자하고 맨날 같이 다니는 게 흉하지도 않아!” 임건국은 임지연한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임지연은 그를 힐끗 바라보았으나 맑은 눈빛에는 아무런 감정이 들어있지 않았다. 가식적은 그의 행동에 임지연은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누구하고 같이 돌아다니던 당신이 상관할 바는 아니잖아요!” 임지연은 날카롭게 말을 내뱉고 있었다. 어차피 할아버지도 다른 병원으로 옮겨 임씨 집안의 도움이 필요 없으니 더는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척 연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미쳤네! 미쳤어! 당장 나하고 돌아가!” 임건국은 손을 뻗어 임지연의 팔목을 잡으려 했다. 허나 임지연은 그의 손을 냅다 뿌리쳤다. “그만 연기해요! 역겨워요!” “할아버지 살리지 않을 거야!” 분노가 치밀어오른 임건국은 또 그 일을 빌미로 삼으려 했다. 임지연은 폭소를 터뜨렸다. 역시나 할아버지의 건강에 한치의 관심도 없으니 할아버지가 병원을 옮겼다는 것마저 모르고 있지! “할아버지를 이용해 날 협박하려는 생각인 거면 그만둬요. 할아버지 병원을 진작에 옮겼고 당신 돈도 더는 필요 없어요. 임건국 씨, 당신 얼굴 보기만 해도 역겨우니까 가식적으로 행동하지 말지 그래요. 날 황인호한테 팔려고 찾아온 거잖아요.” 임지연은 갑자기 사람이 바뀐 듯 그 자리에 꿋꿋이 서서 사나운 태도를 보였다. 추잡한 일들이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적나라하게 공개되자 임건국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져 갔고 손바닥이 으스러질 정도로 꽉 움켜쥐고 있었다. 그러다 화를 못 참고 달려들려던 그때 육진우가 임지연의 앞을 가로막았다. 훤칠한 키를 지니고 있는 육진우는 위풍당당한 자태로 임건국을 내려다보았다. “장인어른, 우리 결혼식에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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