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장
소은비에게 보복하는 건 백화점에서 있었던 일을 소문낼까 봐 두려워서였다.
소문이 나면 전교의 놀림거리로 전락할 것이고 비난받을 것이다.
박유나는 차분하고 마음이 따뜻한 숙녀의 컨셉을 이어가고 싶었다. 소문내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짓을 벌였다. 민씨 가문에 밉보이지 않아도 되었고 소은비를 도와주던 민씨 가문이 연루된다면 소은비를 눈엣가시로 여길 것이다.
소은비는 박유나 모녀가 저지른 짓이라는 증거가 하나도 없었다. 박유나 모녀는 신문사에 어떠한 단서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 뻔했다. 소은비의 눈에 빛이 반짝이더니 좋은 수가 떠올랐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이 판국을 더 흔들어놓을 생각이었다.
다음 날, 아침을 차린 소은비는 송민철에게 인사한 뒤에 제일 낡은 옷을 입고 버스에 올라탔다. 출근 시간이라 하얀색 셔츠에 안경을 끼고 서류를 들고 있는 신문사 직원들이 현대식으로 지어진 신문사 건물 안을 드나들고 있었다.
신문사 건물에 들어간 소은비는 한 직원에게 소개장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신분을 밝혔고 일부러 겁먹은 표정을 짓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소은비라고 하는데요. 전학 서류랑 그 안에 들어있는 6천 원을 잃어버려서 찾아왔어요.”
책상 앞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던 직원이 고개를 들더니 소은비를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의아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6천 원이라고요? 전학 서류 한 장밖에 없었는데 방금 한 분이 가져갔어요.”
“아니에요. 그 안에 전학 서류랑 저의 부모님께서 힘들게 농사해서 번 돈을 함께 넣었는걸요.”
소은비는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이면서 전학 서류를 잃어버린 과정을 상세하게 말했다. 그리고 꾸깃꾸깃해진 돈을 고무줄로 묶어서 봉투 안에 넣었다고 말하자 사무실에 있던 다른 직원들이 소은비를 힐끔 쳐다보았다.
“그럼 저의 전학 서류를 가져간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줄 수 있어요? 6천 원 중에서 3천 원은 부모님이 준 돈이고 나머지로 일 년 동안 살아가야 해요. 그 돈마저 잃어버리면 저는 학교에 다닐 수가 없어요. 제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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