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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민준혁의 입술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오후 5시가 넘어서 민용수와 민지영의 남편인 정경진이 함께 퇴근해 집으로 들어왔다.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타는 냄새와 더불어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정경진이 주먹으로 코를 가리고 기침을 하며 농담처럼 말했다. “형님, 새로운 가정부를 들였나 보네요?” 민용수는 민준혁을 흘겨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민준혁은 일어나 인사한 뒤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다녀왔어?” 진영자가 방에서 나와 주방에 있는 오수미에게 말했다. “아줌마, 식사 다 준비됐어?” “네, 어르신. 먼저 앉으세요. 곧 요리가 나옵니다.” 오수미가 금방 대답했다. “용수와 준혁이가 그러는데 은비가 요리를 잘한대. 영원 식당 수준이라고 하니 오늘 내 생일 기념으로 모두 맛보도록 하자.” 진영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요? 할머니, 그럼 오늘 먹을 복 터진 날이네요.” 정지호는 신이 나서 의자에 앉았다. 정경진도 의자를 끌어당겨 듬직하게 앉았다. 민용수는 타는 냄새와 불쾌한 냄새를 맡고 대충 상황을 이해하며 표정이 굳어졌다. “할머니, 큰아버지, 제가 주방에 가서 도와드릴게요.” 소은혜는 소은비가 과연 무슨 요리를 했는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주방 문에 다다르자, 오수미가 명절에나 쓰는 큰 쟁반을 들고나왔다. 그 위에는 파닭, 가지볶음, 청경채, 그리고 갈비찜 등 여러 가지 음식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 향긋하고 유혹적인 색을 띠며 타버린 흔적은 전혀 없었다. 그 옆을 지나가던 소은혜는 아연실색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와... 이 갈비찜 영원 식당보다 더 맛있어 보이네.” 정지호는 영롱한 빛깔을 띤 갈비찜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그 위에는 싱싱한 파가 예쁘게 뿌려져 있어 여름의 더위 속에서 사람의 식욕을 한껏 돋웠다. 진영자와 민지영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 음식이 소은비가 만든 것이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때 소은비가 연근 갈비탕을 들고나와 식탁에 놓았다. 방금 요리를 마친 그녀는 비에 젖은 듯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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