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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장

“은비 씨, 은혜 씨 갔어요.” 오수미가 창가에 보이던 그림자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소은비에게 말했다. “네.” 소은비는 소금을 넣은 육수를 퍼내어 싱크대에 붓고, 엉망으로 썰었던 가지를 다시 정리했다. 그녀는 소은혜가 자신이 요리를 잘하는 것을 일찍이 알아차릴까 봐 걱정이 되어 오수미에게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이 일자리는 오수미가 소개해 준 것이니, 만약 소은비가 요리를 실패하면 오수미도 함께 책임을 지게 될 것이었다. 그동안 소은비는 일부러 그릇이 부딪치는 소리와 오수미의 비명과 한숨 소리를 만들어냈다. 그 소리는 심지어 방 안에 있는 진영자와 민준혁에게도 들렸다. “이게 네가 말한 요리를 할 줄 안다는 거야? 냄비를 부수기 직전이야.” 진영자는 음침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쨌든 오늘이 지나고 나면 바로 쟤네 부모님한테 연락해서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해.” “할머니, 제가 가서 확인해 볼게요.” 민준혁은 눈썹을 미세하게 찌푸리며 일어났다. “뭘 확인하러 가?” 진영자는 그를 다시 앉히며 말했다. 이번 한 번은 그냥 둬야 그녀를 보낼 이유를 마련할 수 있었다. 지금은 민준혁의 결혼 문제가 더 급한 일이었다. “네 고모가 소개한 그 상은고 선생님, 교육국 소속이고 올해 막 사범학교를 졸업했어. 네 아버지도 좋다고 했으니 언제 한 번 만나봐. 빨리 결혼 문제 해결해야지.” “최근에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서 곧 작업이 시작될 겁니다. 제 개인적인 문제는 잠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민준혁은 속으로 꺼려했지만,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고 똑바로 앉아 냉담한 태도를 보였다. “무슨 임무인데? 잠깐 시간 내서 만나고, 날짜를 정하기만 하면 돼. 너 올해 26살이야. 너와 같은 나이의 사람들은 이제 애가 심부름을 해. 은혜가 지금 우리 집에 살고 있으니 너도 더 이상 여기서 지낼 수 없어. 빨리 부대 아파트 가구 신청을 해야지.” “올해는 반드시 결혼 문제를 해결해야 해.” 진영자는 엄숙하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민준혁은 일어나며 자신의 생각을 고수했다.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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