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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때는 바야흐로 1982년 6월 29일 저녁 식사 시간. 종일 농사일을 한 마을 사람들은 회화나무 아래에 둘러싸여 밥을 먹으며 소씨 가문의 몹쓸 X, 소은비를 의논하고 있었다. 소은비는 친여동생 소은혜의 맞선남을 낚아채고 진안시에 시집가서 편한 삶을 누리려고 일부러 수작을 부렸다. 그녀가 소은혜의 몸에 빨간 천을 묶어서 밭을 갈던 소들이 미친 듯이 달려드는 바람에 결국 소은혜는 소에게 짓밟혀 다리를 다쳤다. 오늘은 또 진안시로 안 데려가면 강에 뛰어들어 자살하겠다고 온 가족을 협박하다가 이제 막 소은혜를 진안시로 데려가 병 치료를 해주려던 맞선남 민준혁에게 발견되어 겨우 목숨을 건졌다. 물에서 건져냈을 때 소은비는 호흡이 없었는데 민준혁이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로 겨우 살려냈다. 다만 마을 사람들은 이런 상식을 알 리가 없으니 민준혁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은비에게 입 맞췄다고 여길 뿐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민준혁은 반드시 소은비와 결혼식을 올려야 했다. 안 그러면 소은비는 순결을 잃게 되어 나중에 시집갈 수 없으니까. “여러분들, 이건 제가 부대에서 배운 의학 상식이에요. 이런 상황에선 반드시 심폐소생술을 해야 해요. 그 당시에 병원에 실려 갔어도 의사들이 저랑 똑같이 했을 겁니다.” 민준혁은 차분하게 소신을 밝혔다. “저는 단지 사람을 구했을 뿐 소은비와 결혼할 생각은 없어요.” 이때 옆에서 움츠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던 소은비의 아빠 소성주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준혁아, 네가 우리 은비 구하려고 그런 거 알아. 하지만 그때 강가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다들 네가 은비에게 입 맞췄다고 했어. 그중에는 은비 고등학교 친구들도 몇 명 있었어. 너 이대로 진안에 돌아가면 은비는 어떡해? 앞으로 어떻게 시집을 가라는 거야?” 이에 민준혁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저랑 맞선 본 사람은 은혜예요. 은비도 고등학교까지 다녔으니 나중에 분명 교양 있는 사람과 결혼할 겁니다. 이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요.” 한편 소은비의 엄마 김민숙은 글을 배우지 못하고 전형적인 보수 사상을 지닌 시골 여자이다. 그녀가 대뜸 무릎을 치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은혜는 이제 상업 고등학교에 다닐 거라 졸업 후에 취업도 수월하고 별 탈 없이 결혼도 하겠지만 은비는 이 사달이 났으니 곧장 학교에 소문이 퍼질 거야. 티 없이 깨끗했던 여자애가 누군가에게 입맞춤을 당하고 겁탈까지 당하게 됐으니 너 같으면 누굴 택하겠니?” “너 이거 우리 은비 죽음으로 몰아세우는 거야!” “결국 다 은비가 자초한 일이죠 뭘. 준혁 아버님은 애초에 형이 자신을 구해준 은혜를 잊지 않고 바로 장교 아들을 우리 집에 맞선 상대로 데려왔는데 은비가 나이도 많고 7살짜리 애까지 있다면서 싫다고 거절한 거잖아요. 나중에 은혜가 준혁이랑 서로 편지 쓰면서 선보게 된 걸 알더니 얼굴도 잘생기고 군단장이라 매달 월급도 두둑한 걸 알아채고 울며불며 다시 뺏어오려고 한 거 아니에요?” 소성주의 동생 소성빈이 끝내 참지 못하고 정의롭게 말했다. “성빈아, 은비가 네 딸이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하는 거 아니야? 마을에 떠도는 소문 때문에 우린 정말 죽을 지경이야. 은비가 나중에 시집을 못 가면 남은 세 아들은 대체 어떻게 장가를 가라는 거야?” 김민숙은 얼른 민준혁의 팔을 잡아당겼다. “준혁아, 우리도 너랑 은비 강제로 결혼시키려는 건 아니야. 여긴 시골이다 보니 큰 도시랑 달라. 여자는 정조를 잃으면 모든 걸 잃게 돼. 너 은비랑 결혼 안 하고 되레 은혜를 데려간다면 우린 정말 평생 마을 사람들에게 질타를 받을 거야.” 그 시각 소은비는 밖에서 점점 더 커지는 언쟁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녀는 뜻밖에도 [동생의 장교 남친을 뺏어간 후 처참한 결말을 맞이한 언니]라는 온라인 인기 게시물 속으로 타임슬립하게 되었다. 심지어 밤새 욕했던 그 캐릭터, 그녀와 이름도 똑같은 악랄한 언니의 몸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소은비는 기가 막혀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원주인은 시골에서 예쁘기로 소문난 여자였다. 다들 그녀를 보면 촌구석에서 백조 한 마리가 나타났다고 비유하고 있었다. 그 바람에 이 몸 주인은 집안에서 그 누구보다 사랑받는 존재로 거듭났고 편하게 놀면서 이기적이고 난폭한 성격으로 변해갔다. 다들 가난하던 그 시대에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가장 먼저 그녀부터 먹였기에 살도 통통하게 쪄버렸다. 한편 그녀보다 한 살 어린 동생 소은혜는 착하고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성격이라 그녀에게 하인처럼 부려 먹히고 있었다. 두 자매는 남자 주인공 민준혁을 만난 이후로 상황이 180도 바뀌어 선명한 대비를 이뤘다. 언니는 점점 더 처참해졌고 동생은 점점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그런 전개였다. 민준혁이 좀처럼 소은비와의 결혼을 응하지 않자 김민숙은 부대까지 찾아가 그가 망나니짓을 벌인다는 헛소문을 퍼트리면서 협박을 해댔다. 결국 민준혁은 아빠 민용수의 압력에 못 견뎌 강제로 소은비와 결혼하게 되었다. 그는 소은비에 대한 혐오가 극에 달해 결혼식을 마친 후 곧바로 외딴 지역으로 전근하겠다고 신청했다. 결혼한 몇 년 동안 소은비를 터치한 적도 없고 심지어 그녀와 말조차 안 섞었다. 오히려 소은혜를 정성껏 챙겨주며 다시 그녀에게 맞선 상대를 소개해주었다. 그 덕에 소은혜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둘 사이에 극명한 대비를 이루자 원주인 소은비는 미쳐 발광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미친개처럼 민준혁을 물어뜯지 못해 안달이었고 또한 소은혜의 배 속에 있는 아기까지 유산하게 했다. 게다가 둘 사이의 허위 소문을 동네방네 퍼트리며 소씨 가문을 향한 민씨 가문의 일말의 은혜까지 모조리 고갈시켰다. 집에서 쫓겨난 원주인 소은비는 정신병원으로 실려 갔고 그곳에서 모진 괴롭힘을 당했으며 많은 이에게 강간까지 당했다... 나중에는 병원에 있던 사람이 몰래 그녀를 산골에 팔아버렸다. 소씨 가문에서 다시 소은비를 찾아왔을 때 그녀는 이미 발가벗겨진 몸으로 돼지우리에 갇혀 있었다. 두 다리도 부러지고 눈까지 멀었으며 온몸에 악취를 풍기는 게 인간다운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다행히 현실 속 소은비가 일찌감치 타임슬립하여 이 사태를 막을 수가 있었다. 만에 하나 결혼했더라면 남자 주인공의 쌀쌀맞은 태도에 조만간 정신이 나갈지도 모르니까. 여기까지 생각한 소은비는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었다. “엄마, 준혁 씨 말이 맞아요. 날 구하느라 그런 거지 절대 겁탈하려는 뜻은 없었어요. 그러니까 준혁 씨랑 결혼할 필요 없어요.” 말이 떨어진 순간 집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이 놀란 표정으로 소은비를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민준혁과 연애하지 못해 안달이던 소은비가, 이 남자는 원래 내 남자였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소은비가, 심지어 그가 소은혜에게 썼던 편지까지 전부 독차지했던 소은비가 갑자기 태도가 변했으니 놀랄 만도 했다. 민준혁이 아니면 확 죽어버리겠다던 소은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김민숙은 재빨리 달려가 그녀의 이마를 만져보았다. 얘가 고열로 정신이 잘못돼서 이상한 말이나 내뱉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나 보다. “너 진짜 왜 이러니? 준혁이랑 결혼 안 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건데? 며칠 동안 소란 피운 이유가 결혼 때문이 아니었어?” 한편 소은비는 민준혁을 지그시 쳐다봤다. 반듯한 군복 차림에 훤칠한 몸매로 황토 담벽 앞에 서 있으니 황폐한 초가집도 괜히 더 고급스러워 보였다. 높은 콧날과 짙은 눈매, 입체적인 이목구비는 완벽 그 자체였고 차가우면서도 진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진보다 훨씬 더 멋있고 구시대 귀족 같은 모습이었다. 이래서 원주인도 첫눈에 홀딱 반해버리고 몇 년 동안 딴 남자를 쳐다도 안 본 거겠지. “단장님, 살려주셔서 고마워요. 이런 의학 상식쯤은 저도 알아요. 다만 제가 1년 뒤에 대학교 입시인데 이런 일이 생기다 보니 원래 다니던 학교는 못 나갈 것 같군요. 애들이 분명 뒤에서 쉬쉬거릴 거예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단장님 아버님께 말씀드려서 저를 진안시 고등학교에 보내줄 순 있나요?” 소은비가 과감하게 제안했다. 현실 세계에서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시작했고 아주 잠깐 인생의 절정을 경험했다가 경기 침체에 들어서면서 간신히 버텨냈다. 하지만 곧이어 [전액 환불]의 시대가 왔고 그녀의 울화도 하늘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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