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민준혁은 어려서부터 여자와 접해본 적이 거의 없다. 부대 단지에서 남자는 남자들끼리, 여자는 여자들끼리 모여서 놀기가 일쑤였다.
사관학교에 다닌 이후로는 여자와 접촉할 기회가 더더욱 없었다. 나중엔 험난한 서북 지역으로 발령이 났고 그곳엔 죄다 사내대장부들만 모여 있었다.
갑작스러운 광경에, 그것도 은밀하고 축축한 화장실에서 이토록 야릇한 장면을 보게 되니 목이 바짝 마르고 어쩔 바를 몰랐다.
“아저씨?”
소은비는 의아한 듯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불렀다.
의심스럽긴 했지만 이 집안에 남자라곤 민용수밖에 없었다. 과학 연구에 몰입하신 민준혁의 큰형님이 갑자기 돌아온 건 아닐 테니까.
민준혁은 서재 문을 꼭 닫고 훤칠한 몸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몸은 또 너무 경직되다 못해 딱딱해지고 말았다.
머릿속엔 또다시 기차역에서 그녀의 나른한 몸이 등에 바짝 달라붙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 둘은 얇은 셔츠만 사이에 두고 있어 나른하고 은은한 느낌이 그에게 전해졌다.
민준혁은 두 눈동자가 한없이 짙어지고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문밖에서 옷을 씻고 물을 짜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사실 그는 서류를 가지러 잠깐 돌아왔다. 야간 시력이 워낙 좋은 데다 특수훈련까지 받다 보니 밤에는 거의 불을 켜지 않는다.
오늘도 집에 잠깐 들렀다가 불도 안 켜진 화장실에서 물소리가 나길래 누군가가 수도꼭지를 깜빡하고 안 닫은 줄 알고 다가갔는데 문을 열자마자 그 광경이 펼쳐질 줄이야.
민준혁은 가슴을 들썩이며 숨을 깊게 들이쉬었지만 코에 닿는 숨결이 답답하고 뜨겁기만 했다.
소은비가 옷을 다 빨아서 마당에 널어놓고 방에 돌아간 후에야 그도 서류를 챙기고 서재에서 나왔다.
마당에는 금방 씻은 옷들이 널려 있었고 옷마다 나무 집게로 꼼꼼하게 집어놓았다. 다만 그녀가 힘이 약해 제대로 물을 짜지 못한 탓에 톡톡 물 떨어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민준혁은 습관처럼 서류를 일단 내려놓고 채 못 짠 옷을 다시 꺼내서 하나씩 물기를 짜고 다시 반듯하게 널었다.
꽃무늬의 헌 옷을 내리는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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