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삐걱.
원장실 문이 열리며 진태평이 어두운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 개자식 소리가 진태평의 가슴에 바늘처럼 박혔다. 고개를 돌려 송이의 얼굴에 난 손바닥 도장을 본 그는 마음속으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대여섯 살짜리 아이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둘째 삼촌, 둘째 삼촌? 둘째 삼촌!”
진태평을 보자마자,송이는 진태평의 품에 머리를 파묻고 흥분한 채 얼굴을 붉혔다.
“둘째 삼촌이야, 둘째 삼촌이 늦게 와서 미안해.”
송이의 빨갛게 된 볼을 쓰다듬으며 진태평의 가슴에는 분노가 끓어올랐고, 두 눈에 숨어 있던 살의가 솟구쳤다.
사람을 죽이려고 한다!
반드시 죽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형님과 형수님께 어떻게 떳떳할 수 있고, 송이한테 어떻게 ‘둘째 삼촌’이라고 불릴 수 있겠는가?
송이는 계속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참았다.
“선생님, 실례지만 아이를 데리고 나가시고 어른들끼리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의논하는 게 어떨까요?”
진태평은 송이를 소시아에게 보냈다.
소시아는 몇 마디 주의를 시키려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두 어린이를 데리고 떠났다.
“네가 그 개자식의 둘째 삼촌이냐?”
하진표는 다리를 꼬고 담배를 문 채 진태평을 시큰둥하게 쳐다보았는데 입가에 조롱의 빛이 감돌았다. 진태평은 파란 셔츠에 청바지, 캔버스화 차림이었는데 하진표는 이런 옷차림이 촌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진송이의 가족이죠?”
원장 유민정이 정색해서 말했다.
“진송은 학교에서 말을 듣지 않고, 여러 번 주의를 시키었는데도 고치지 않아요. 오늘 또 하진표 씨의 귀한 아들을 다치게 했으니 지금 당장 돈을 배상하고 진송이를 데려가세요. 우리 학교는 시골 아이를 받지 않고 쓰레기는 더욱이 안 받아요!”
유민정은 기왕 아부하기로 했으니 정색해서 진태평에게 말했다.
“시골 아이들은 공부할 자격이 없나요?”
소시아가 아이를 데리고 떠난 후 진태평 천천히 문을 닫고 담담한 표정으로 유민정을 쳐다보았다.
하진표는 그를 분노케 했고 유민정은 그를 한심하게 만들었다.
“물론이지. 라라유치원은 귀족학교라 아무나 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애초에 어떻게 이런 개자식을 받아서 감히 내 아들을 때리게 했는지 몰라...”
하진표는 다시 욕설을 퍼부었다.
“퍽!”
하지만 이번에는 함부로 나댈 수 없었다. 진태평이 앞으로 나가 뺨을 후려갈겼기 때문이다.
하진표는 뜨거워진 얼굴을 만지며 어리둥절했다.
용인의 당주이고, 수하에는 거의 200명이나 되는 동생을 거느리고 있어 평소 위풍당당하던 그가 오늘 뺨을 맞다니?
“네가 감히 나를 때려?”
하진표는 이를 악물며 호통쳤다.
“내가 누군지 알아?”
“어느 손으로 내 조카를 때렸어?”
진태평은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당장 죽일 기세로 물었다.
어린아이가 없으니 그는 거리낌 없이 복수할 수 있다.
“오른손으로 때렸어. 어쩔 건데...”
하진표는 거들먹거리며 주먹을 들어 진태평의 얼굴을 형해 주먹을 날렸다.
“오른손? 좋아.”
날아오는 주먹을 보고 있던 진태평은 갑자기 씩 웃더니, 주먹과 5cm 떨어져 있을 때, 한 손으로 하진표의 손목을 꽉 잡았다.
순간 하진표는 쇠집게에 잡힌 듯 꼼짝도 하지 못한 채 표정이 일그러졌다.
“너의 이 손은 내가 접수하마!”
순간 진태평은 왼손을 내밀어 하진표의 오른손에 갖다 대더니, 다섯 손가락을 쫙 뻗어 힘을 꽉 줬다.
빠직!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더니 하진표는 돼지 멱따는 소리로 울부짖으며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아파, 아프다고. 풀어줘요, 형님 이거 좀 놔요... 제가 잘못했어요...”
“잘못했어? 늦었어!”
진태평은 두 눈에 한기가 가득 찬 채 하진표의 손가락을 잡고 이리저리 세 번 비틀었다. 곧 오른손 전체 뼈가 부서져 나른하게 변했는데 아무리 좋은 정형외과 의사라도 다시 이을 수 없을 정도였다.
“뭐 하는 거예요? 진송이 사람을 때리더니 어른도 범행을 저지르려는 거예요?”
유민정은 책상을 치며 하진표의 충실한 개나 된 듯 소리쳤다.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진태평이 손을 뗀 것은 유민정이 위협해서가 아니라 하진표의 손이 이미 완전히 망가졌기 때문이었다.
“경찰에 신고할 필요 없어.”
하진표가 한발 앞서 유민정을 가로막고 고개를 돌려 진태평을 원망스럽게 노려보며 말했다.
“이 녀석, 꽤 대단하네? 어쩐지 큰소리치더라니.”
“10분만 시간을 줘. 10분 뒤엔 내가 널 죽이지 못하면 네 성을 따를게!”
“10분?”
진태평은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원하는 대로 불러.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래, 이따 통쾌하게 해결해 주지.”
하진표가 휴대전화를 꺼내 흔들자 유민정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하진표 씨, 정말 경찰에 신고할 필요 없어요?”
“경찰에 신고한다고.? 흥!”
하진표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
“이만한 일도 처리하지 못하면 나 하진표 이 바닥에서 살 수 없어.”
말을 마치고 난 하진표는 또 전화를 걸었다.
‘10분이면 금방이야. 담배 두 개비 피울 시간밖에 안 되니까.’
꽈당.
폭력적인 발길에 차인 원장실 문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맨 앞으로 마른 체격의 남자가 담배를 물고 들어왔다.
“진구 형님, 드디어 오셨군요. 이 동생이 오늘 운 나쁘게 매를 맞았습니다. 제 손 좀 보세요...”
하진표는 황급히 마중 나와 한 손으로 담배를 꺼내 하나씩 나눠줬다. 건물 밖에 아직도 많은 사람이 있는 것을 본 하진표는 안심했다. 이번에는 진태평이 날개가 달려도 도망갈 수 없을 거로 생각했다.
‘오늘 반드시 이 자식을 반쯤 죽여줄 거야!’
진구는 눈살을 찌푸린 채 참 공교롭다고 생각했다.
‘나도 방금 맞을 뻔했어, 아니, 하마터면 죽을 뻔했어.’
“누구야? 감히 내 동생을 괴롭힌...”
“바로 이 시골 촌뜨기입니다!”
하진표는 의자에 앉아 있는 진태평을 가리켰다.
털썩!
하진표의 손가락 방향을 따라 시선을 돌린 진구는 다리에 힘이 풀려 진태평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진구 형님, 이게 무슨 짓이에요?”
하진표는 여전히 어리둥절하여 손을 뻗어 진구를 잡아끌었다.
“어서 무릎 꿇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뭐해?”
진구는 이를 갈면서 진태평이라는 이 살신이 여기 있는 줄 알았으면 간이 열 개라도 감히 오지 못했을 거로 생각했다. 진태평이 떠난 후, 용인회의 10여 명의 동생이 전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자신이 의지하고 있던 주철원은 그 자리에서 죽었다!
“진구 형님...”
하진표의 눈빛에 놀라움을 스쳐 지나갔다.
짝!
진구는 따귀를 내리치며 호통쳤다.
“모두 무릎 꿇어!”
손을 흔들자 원장실 안팎의 20여 명이 진구를 따라 일제히 무릎을 꿇었고, 진구의 이마에는 콩알만 한 땀이 흘러내렸다.
“주인님, 죄송합니다.”
진구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주인님?”
하진표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속으로 다 끝났다고, 자신이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진구야, 저 자식이 내 조카를 때렸다. 그리고 저 여자는 내 조카를 퇴학시키려 했고. 어떻게 해야 할까?”
진태평은 이렇게 공교로운 줄은 몰랐다. 용인 클럽을 막 떠났는데 진구가 또 따라왔고 태도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진구는 굽힐 줄도, 뻗을 줄도 아는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 사람은 평생 주인님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진구는 모질게 마음먹고 허리춤에 단도를 꺼내더니 눈에 음흉함이 스쳤다.
진구는 개처럼 음흉하고 악랄했다.
“진구 형님, 제가 잘못했어요. 죽이지 마세요. 제발 죽이지 말아 주세요.”
하진표는 당황했다.
“주인님의 미움을 사지 말았어야지.”
진구의 얼굴에 섬뜩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너무 쉽게 봐주는 거 아니야?”
진태평은 목청을 가다듬고 주의를 주었다.
“주인님, 알겠습니다.”
“...”
하진표는 잔뜩 겁에 질린 채 다리 사이로 역겨운 냄새가 풍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