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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장

그래서 지금은 안재준의 장모님 쪽에서 여자친구의 배가 나날이 불어오고 더는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이 일을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아이가 태어날 것이고,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안이서를 이창준에게 시집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소현정은 이씨 집안에 1.2억의 예물을 요구했는데 그렇게 되면 안재준에게 집을 사 주고 결혼식도 올릴 수 있고 아이도 낳을 수 있으며 그녀와 안재원의 노후자금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그렇구나.’ 연준호는 그제야 안이서 집안의 문제를 이해하게 되었다. “집안의 일을 정리하면 돈이라는 거잖아?” 연준호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돈으로 해결되는 일이니 이건 정말 더없이 간단한 일이다. 돈은 연준호에게 숫자일 뿐 구체적인 개념이 없었고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 하지만 안이서에게 1.2억은 터무니없는 액수였다. 이창준의 가문이 그 문제를 해결해 주고 소현정에게 기꺼이 속아준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준호 씨, 1.2억은 적은 돈이 아니에요. 저는 평생 이렇게 많은 돈을 본 적이 없는데...” 안이서는 당장 울어버릴 것 같았다. “이창준이 저를 찾아온 것도 소현정이 그 돈을 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이 돈 때문에 그 사람들은 분명 다시 와서 일을 저지르고 심지어 준호 씨를 괴롭힐 거예요.” “무슨 말이야? 내 말은, 네가 하고 싶은 말 말이야.” 연준호는 보통 가정의 돈 개념을 잘 모르지만 안이서의 반응으로 보면 1.2억으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에겐 그렇게 많은 돈이 없어요. 죽어라 일해도 그 정도 돈은 못 벌어요. 저도 소현정이 그 돈을 다 받을 줄은 몰랐어요. 진작 알았더라면 준호 씨랑 결혼해서 방해하지 않았을 거예요.” 안이서가 마음에 걸리는 게 바로 이것이었다. 그녀는 소현정의 인품을 알고 있는데 이 돈 때문에 소현정은 정말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 소현정이 이씨 집안의 돈을 받지 않았다면 다행이다. 기껏해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것뿐일 테니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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