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장

연준호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샤워를 하러 갔다. 그른 자신의 몸에서 나는 술 찌든 냄새를 견딜 수 없었다. 샤워기 아래 서서 따뜻한 물이 온몸을 감싸는 동안 안이서가 했던 말이 계속해서 그의 귀에 맴돌았다. “준호 씨, 혹시... 지금까지 방에 여자가 들어간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거예요?” 그녀의 말은 마치 작은 조롱처럼 들렸다. ‘감히 날 비웃다니! 내가 여자에게 흥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그저 관심이 가는 여자를 만나지 못했을 뿐인데.’ 그는 생각할수록 그녀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마치 서른이 넘은 남자가 여자 하나 없다는 걸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들렸다. 연준호는 샤워기를 끄고 얼굴에 흐르는 물을 쓸어내렸다. ‘이 꼬맹이가 감히 날 도발하다니! 고작 며칠 같이 살았을 뿐인데 벌써부터 까부네.’ 샤워를 끝낸 연준호가 깔끔한 모습으로 식당에 내려오자 안이서가 이미 아침을 차려놓고 있었다. “깨끗이 씻었어요? 어서 와서 아침 드세요.” 안이서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상냥하게 웃으며 연준호를 마주했다. “준호 씨, 어제 우리 가게에서 큰 주문을 받았어요! 연성 그룹 비서팀에서 단체로 주문했거든요. 비서팀의 미녀들이랑도 친구 추가했어요.” 안이서는 즐거운 듯 성과를 자랑하며 말했다. ‘친구 추가?’ 연준호는 잠시 긴장했지만, 다행히 연성 그룹은 직원들에게 회사와 관련된 내부 정보를 외부로 유출하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었다. 그러니 안이서가 비서팀의 SNS를 통해 회사와 관련된 정보를 알게 될 일은 없었다. “가게 오픈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큰 주문을 받다니 네가 잘하고 있는 거야. 앞으로도 힘내.” 연준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응원했다. 그는 안이서가 자신만의 사업을 꾸려나가는 걸 아주 지지했다. “열심히 할게요. 그런데 준호 씨, 연성 그룹이랑 아무 상관 없다면 어느 회사에서 일하세요?” 안이서는 별생각 없이 궁금한 점을 물었다. 하지만 이 질문은 연준호에게 상당히 예상 밖이었다. 천진난만하고 단순해 보이는 안이서가 이렇게 직관적인 추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