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장
연준호는 안이서가 감정과 돈에 이렇게 초연한 태도를 보일 줄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마치 세상 물정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내가 연성 그룹의 상속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과연 이렇게 담담할 수 있을까?’
“준호 씨, 우리가 서로에게 마음이 생기기 전에 감정을 키우지 못하면 그건 끌리지 않는 거고 아무런 손해가 없는 거니까 보상 같은 건 필요 없어요.”
안이서는 계약서 마지막 조항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수정해서 다시 가져오세요. 그때 사인할게요.”
그렇게 말한 뒤 안이서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갔다.
연준호는 지금까지 이렇게 누군가에게 지시를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안이서가 처음이었다.
그저 그녀가 차려준 밥 몇 끼를 먹었을 뿐인데 이제는 그가 그녀의 부하가 된 듯했다.
다음 날 아침 연준호는 평소보다 30분 일찍 정장을 갖춰 입고 서둘러 출근 준비를 했다.
안이서는 그가 급하게 나가려는 걸 보고 서둘러 방금 만든 샌드위치를 샌드위치 모양의 도시락통에 담아 건넸다.
“여기 내가 만든 샌드위치 넣어놨어요. 가는 길에 먹어요.”
연준호는 수제 맞춤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귀여운 샌드위치 도시락통을 들고 서 있는 상황이 묘하게 어울리지 않았다.
안이서는 그가 한참 동안 도시락을 바라보며 나가지 않자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말했다.
“잠깐만요!”
곧바로 다시 달려갔다 돌아와서 연준호의 손에 있던 도시락을 가져가더니 작은 보라색 에코백에 넣어 건네주며 말했다.
“이렇게 들고 가면 더 편할 거예요. 안에 제가 만든 코코넛 라떼도 넣어놨으니 안심하고 먹어요.”
그러면서 연준호의 팔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일 잘해요!”
‘이게 지금 남편을 출근시키는 마누라야 아들을 학교에 보내는 엄마야?’
연준호가 손에 들고 있는 에코백에는 생동감 넘치는 튤립이 손수 그려져 있었다.
“고마워.”
사실 연준호는 오늘 아침 회의 때문에 서둘러 나가야 해서 집에서 아침을 먹을 생각이 없었지만, 안이서가 준비해 준 걸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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