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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안이서가 연준호를 가게 안으로 안내하자 백지효가 갑자기 서빙 직원처럼 어깨에 흰 행주를 걸치고 나타나더니 연준호에게 깍듯이 인사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연 대표님!” 백지효는 일부러 그렇게 불렀다. 연준호의 귀티 나는 외모와 분위기로 봤을 때 분명히 대표님인데 무슨 이유인지 안이서에게는 그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짐작했다. 그리고 안이서는 천진난만하고 속도 잘 모르고 부끄러움이 많아 연준호의 집안 사정에 대해 묻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백지효는 안이서의 절친으로서 이 바보 같은 친구가 맞선을 보다가 연준호와 잘못 엮여 결혼까지 하게 됐으니 연준호의 정체를 밝혀내는 건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준호는 여러 가지 상황을 다 겪어본 사람이라 백지효의 속셈을 단번에 간파했다. 안이서가 순진하니 친구들도 그리 속셈이 많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생각이야 있겠지만, 경험이 부족했다. 연준호는 그 사실을 깨닫자 오히려 여유롭게 의자에 앉아 백지효를 보며 말했다. “연 대표라고 부르니까 듣기 좋네요. 가게에 있는 시그니처 메뉴 좀 가져다줘요.” “네?” 순간 백지효는 당황했다. 만약 연준호가 곧바로 부인하고 급히 설명했다면 오히려 그의 정체를 확신할 수 있었을 텐데, 이처럼 어정쩡하게 받아넘기니 오히려 헷갈리기만 했다. 게다가 그의 말투는 마치 자신이 고의로 비싼 메뉴를 권한 것처럼 들렸다. 안이서는 백지효가 일부러 장난치는 걸 알고 웃으며 그녀를 살짝 밀며 말했다. “뭐해? 연 대표님 말씀 안 들려?” “아니, 부부가 쌍으로 이러면 너무 재미없잖아!” 백지효는 안이서까지 이렇게 나오자 더 혼란스러웠다. ‘이게 뭐야? 이 남자 정말 노련한 사람인가? 예상대로 행동하지 않고 오히려 날 역으로 혼란스럽게 만들다니.’ 살짝 후회가 밀려온 백지효는 체념한 듯 카운터로 가서 시그니처 메뉴인 밀크티 한 잔을 만들어 연준호에게 건넸다. “한 번 맛보시고 의견 좀 주세요.” 사실 연준호는 이미 할아버지가 가져다준 밀크티와 소시지를 먹어봤는데 맛이 꽤 좋았다. 두 사람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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