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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장

허연우가 연준호를 대학가 근처에 내려주자 그는 차에서 내려 안이서의 가게로 걸어갔다. 가게에 가까이 다가가기 전부터 안이서의 가게 주변에 학생들이 몰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학생들이 몰려드는 때였고 연준호는 가게가 너무 바빠 보였기에 굳이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았다. 다행히 인파는 금세 지나갔고 가게도 차츰 한산해지기 시작했다. 사람이 줄어들자 연준호는 안이서의 가게로 향했다. 그때, 안이서가 전화를 받으며 가게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난번에 말했잖아요. 이번엔 너무 많이 떼서 못 해요. 맞아요. 도착했어요? 나 지금 가게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요, 이따 봐요.” 연준호는 안이서가 전화로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 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장소에서 ‘낙태’ 얘기를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그녀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안이서 또래의 여자들이라면 이런 이야기를 최대한 숨기고 남들에게 들킬까 두려워할 텐데 안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사람들 앞에서 떠들어댔다. 할아버지가 안이서를 보고 괜찮은 아가씨라고 했지만, 이렇게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그녀와 어떻게 결혼 생활을 이어가라는 걸까. 연준호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안이서와 더 가까워지려는 마음을 조금은 먹었지만, 가게 앞까지 다가온 순간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안이서가 고개를 돌리더니 멀리서 연준호를 발견하고 환하게 다가왔다. “준호 씨, 언제 왔어요?” 안이서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모습에 연준호는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숨기려는 모습도 없고 그저 편하게 그를 맞이하는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좀 전에 왔어. 네가 방금 전화할 때.” 연준호는 안이서가 솔직히 말해주길 바라며 슬쩍 떠봤다. 그녀가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한다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길 수 있었다. 과거는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하지만 안이서는 그의 의도를 전형 알아채지 못한 듯 여전히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아, 내가 전화 받느라 눈치 못 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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