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11장

귀가 밝은 연준호는 경찰의 말소리를 바로 알아듣고 그녀가 지금 경찰서에 있다는 걸 알아챘다. “무슨 일이야?” 안이서가 밤늦게까지 밖에서 돌아다니다가 양아치라도 마주친 걸까? 앞서 음식점에서 한밤중에 여성 손님이 옆 상에 앉은 남자들에게 폭행을 당한 뉴스가 문득 연준호의 뇌리를 스쳤다. 아무리 방관자라고 해도 피해자에게 마음이 더 기울기 마련이다. 어쨌거나 여자는 약자에 속하니까. “아니요, 그저...” 안이서는 이토록 창피한 일을 연준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둘은 아직 낯선 사이라 이 정도까지 친하진 않으니까. “위치 보내.” 연준호도 어이없긴 마찬가지였다. 초고속 결혼에 동의한 이유는 더 이상 할아버지의 압력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서였는데 고분고분하게 결혼했더니 번거로운 일들이 전보다 더 많아질 줄이야. 연준호는 전화를 끊고 차 키를 챙겨서 집 밖을 나섰다. 어쨌거나 안이서는 그의 와이프이니 반드시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게다가 이번 일은 안이서가 먼저 소란을 피운 것도 아니었다. 강제적으로 명령을 받은 안이서는 얌전히 위치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백지효는 옆에서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지켜보다가 위치를 다 보낸 후에야 혀를 끌끌 찼다. 그녀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안이서에게 물었다. “너 솔직하게 말해봐. 어디 재벌가 그룹 총수한테 시집간 거 맞지?!” 방금 안채아의 집에서 격하게 싸울 때 백지효는 밖에서 영상을 찍으면서 얼핏 이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땐 하도 정신이 없어서 못 묻고 있다가 이제야 여유가 생겨 넌지시 물은 것이다. “뭐라는 거야?” 안이서는 그녀의 물음에 어리둥절해졌다. ‘재벌가 그룹 총수라니,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끝까지 발뺌이네! 카리스마가 나한테까지 느껴지잖아. 대기업 대표 정도는 돼야 그런 포스가 나온다고!” 백지효는 안이서의 손에서 휴대폰을 쓱 뺏어왔다. 그녀의 지문으로도 안이서의 휴대폰 잠금을 풀 수 있었다. “그분 SNS 보면 알아. 바로 알아내지 내가... 엥?” 백지효가 재빨리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연준호의 카톡을 열었는데 의외로 프사도 없고 메모도 없었다. “뭐가 이렇게 텅텅 비었어? 진짜 딱딱한 사람이네.” 백지효가 미간을 찌푸리고 구시렁댔다. “너 그거 알아 이서야? 소설 속에서 재벌가 빅 보스들이 딱 이래!” 안이서는 누구보다 백지효를 잘 안다. 대학교 때부터 소설, 애니메이션, 로맨스 영화 드라마에 푹 빠진 아예 환상 속에 사는 그녀였다. 백지효가 소설을 쓰지 않는 것은 인터넷 소설 업계의 거대한 손실일 것이다. “지효야, 이런 데 신경 쓸 시간 있으면 네가 직접 나가서 빅 보스를 만나. 보란 듯이 결혼해서 부모님 걱정도 덜어주고 좋잖아.” 안이서는 말하면서 휴대폰을 가져왔다. “잊지 마. 아줌마가 너 다음 주 토요일에선 보러 가라고 했어.” 백지효는 별안간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집에서는 결혼하고 애 낳으라고 끝없지 재촉하고 있다. 이런 관념은 정말 이젠 다 없애야 한다. 지긋지긋하니까. “네가 먼저 얘기 꺼냈으니 다음 주 토요일에 나랑 같이 가. 그럼 그렇게 하는 거다.” 이토록 일방적인 백지효의 태도는 연준호와 다를 바가 없었다... 대체 무슨 자격으로 연준호를 포스가 넘치는 빅 보스라고 정의하는 걸까? 안이서는 이런 백지효를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 막 거절하려고 했는데 소현정이 다른 취조실에서 걸어 나왔다. 여긴 경찰서이고 소현정은 안이서에게 신고를 당한 신분이기에 더는 감히 그녀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경찰의 협조하에 두 사람은 조정실에 앉아서 합의하기로 했다. “앞으로 더는 언니네 집에 가서 소란 피우지 말고 나한테 결혼을 부추기지도 말아요.” 안이서는 별다른 요구도 없었다. 소현정이 더는 그들 두 자매를 괴롭히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한편 소현정도 이젠 안이서의 약점을 알게 됐고 좀 전보다 훨씬 차분해진 상태였다. “알았어. 다만 너도 더는 나 차단하지 마. 필요할 때마다 항상 연락이 닿아야 해.” 안이서가 만약 동의하지 않으면 소현정은 분명 또다시 안채아를 찾아가서 괴롭힐 것이다. 그때 되면 안채아는 또 시댁 식구들에게 구박을 받고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겠지. 언니와 외조카를 생각하며 안이서는 숨을 깊게 몰아쉰 후 소현정의 요구를 들어줬다. 경찰은 두 사람이 속을 다 털어놓고 원만하게 화해하니 선뜻 말을 건넸다. “자 그럼 양측 모두 합의하는 거로 하고 여기에 사인해 주시면 됩니다.” 안이서와 소현정도 굳이 경찰서에서 밤을 지새우고 싶지 않아 사인을 마치고 자리를 떠났다. 경찰서에서 나온 후 안이서와 백지효가 함께 떠나가려 할 때 마침 연준호의 차가 도착했다. 연준호처럼 잘생긴 외모에 훤칠한 체구, 카리스마가 차 넘치는 남자는 어딜 가나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법이다. 여기 또 한 명, 바로 백지효가 홀딱 반해버리고 안이서의 손을 잡아당기며 흥분을 금치 못했다. “이서야, 저기 봐봐! 완전 잘 생겼잖아!” 안이서는 그제야 연준호가 온 걸 발견했다. 그녀가 미처 해명하기도 전에 연준호가 이리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는 눈썰미가 좋아서 저 멀리서부터 안이서를 한눈에 알아봤다. 아침에 나갈 때 귀여운 똥머리를 묶었는데 지금도 그 헤어스타일이니 본인 와이프임을 바로 확신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안이서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어린애마냥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준호 씨...”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