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화
그리하여 조도현은 생기 잃은 표정으로 지쳐있는 고유진과, 눈에 살기를 띠고 나타난 심은우를 보게 되었다.
잠시 상황을 생각해 본 그는 울상이 된 윤지현을 향해 가볍게 말했다.
“하늘의 뜻이네.”
윤지현은 무기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바퀴를 크게 돌아왔는데도 결국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심은우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와 윤지현 옆자리에 앉았고 그는 그녀의 얼굴에서 손으로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갑자기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아당겨, 앞에 놓인 라면을 자기 쪽으로 가져가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입에 넣었다.
“배고프다고 혼자 몰래 라면 먹으러 도망친 거야? 말이라도 좀 해주지 그랬어.”
윤지현은 어색한 미소로 입꼬리만 살짝 올렸고 심은우는 바로 조도현을 돌아봤다.
“조 대표, 도대체 왜 자꾸 남의 아내 주변을 맴도는 거야? 이 여자 남편 있는 거 몰라?”
가게 안에 있던 사장 내외와 손님 한 명까지 전부 흥미롭게 이쪽을 바라봤다.
한밤중에 나타난 잘생긴 남녀가 막장 드라마 같은 불륜 현장을 연기하고 있으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고유진이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
“심은우 씨, 미친개처럼 아무나 물어뜯지 말고요. 조 대표님은 그냥 도와주신 거예요.”
심은우는 천천히 그녀를 돌아보았다.
“아까 당신 문자에서 ‘조 대표가 너한테 관심 없으면 내가 물구나무서서 똥을 먹겠다’라고 하지 않았나요? 왜, 지금 벌써 먹고 싶은 거예요?”
고유진은 피가 거꾸로 솟았고 윤지현 역시 충격에 얼어붙었다.
두 사람 모두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자신끼리 주고받은 카톡 메시지가 이런 방식으로 조도현 귀에까지 들어가게 될 줄이야.
가게 안 공기는 퍼진 라면처럼 탁하게 굳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조도현은 지극히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의 태도는 마치 무슨 말을 하든, 그만의 정당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 여유로움이었다.
“내가 윤 비서에게 관심이 있든 없든, 그건 전적으로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 윤 비서와는 아무 상관 없어. 혹시 내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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