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화
지사의 부장 주민호였다.
회사 내부에 스파이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 스파이가 이렇게 높은 직위에 있을 줄은 몰랐다.
“이것 참 안 됐네. 이렇게 못 배운 티를 내서야... 아리따운 윤 비서님을 밧줄로 묶어놓다니...”
주민호가 느끼한 말투로 얘기했다. 주민호는 문을 닫고 들어와 실내의 전등을 켰다,
거미줄이 가득한, 어두운 전등이 켜졌다.
윤지현은 그제야 이 방의 구조를 알아볼 수 있었다.
테이블, 소파, 텔레비전. 있을 건 다 있는 옛날식 거실이었다.
두껍게 쌓여 있는 먼지와 거미줄을 보아하니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곳인 게 확실했다.
윤지현은 시선을 돌려 차가운 눈으로 주민호를 쳐다보았다.
“이 눈빛 참 서늘하네.”
주민호는 웃으면서 윤지현의 얼굴에 손을 올렸다.
윤지현은 홱 고개를 돌렸다.
순식간에 등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다.
주민호는 손가락을 비비더니 윤지현의 향기를 맡으면서 음미하듯 얘기했다.
“음, 정말 향기롭네. 이런 여자를 바다에 그냥 던져버려야 한다니. 참 아쉬워.”
윤지현의 동공이 순간 떨렸다.
전에 겪어봤던 공포감이 다시 몰려와 윤지현의 심장을 옭아매었다.
저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아주 정신이 맑다는 것이었다.
윤지현은 애써 손의 밧줄을 풀어내려고 했다. 너무 과하게 움직인 탓에 썩은 나무 의자가 그대로 우둑 끊어져 버렸다.
의자가 한쪽으로 쏠리며 윤지현이 바닥에 쓰러졌다.
먼지가 윤지현의 코로 들어갔다. 기침을 하고 싶었지만 입을 막은 테이프 때문에 그럴 수도 없었다. 너무 불편해서 얼굴은 붉게 달아오르고, 눈물까지 날 것 같았다.
주민호는 흥분해서 자리에 쪼그려 앉아 윤지현과 시선을 맞췄다.
“착하네. 벌써 알아서 드러눕다니.”
주민호는 윤지현의 종아리를 매만지면서 조금씩 손을 위로 가져갔다. 두려움에 젖은 눈물을 보면서 주민호는 더욱 흥분했다.
“생각이 바뀌었어. 바다에 버리지 않고 여기에 가둬둘 거야. 심심하면 와서 갖고 놀게 말이야. 나도 대표 같은 대접을 받아봐야겠어.”
“...”
윤지현은 화가 나서 주민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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