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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이름이 뭐냐고요? 아, 네. 이다빈입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1분 후, 전화기 너머에서 더듬거리는 소리가 났다. “잘…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다… 콜록… 이다빈 씨는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습니다. 탈옥은 더더욱 없고요. 앞으로 한 번만 이런 일로 경찰서에 신고하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엄중히 처벌할 겁니다!” ‘뚜뚜…’ 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이경환은 멍해졌다. 옆에 있는 나효심도 방금 그와 경찰의 통화를 똑똑히 들었다. “다른 일 없으면 이만 올라가 볼게요.” 이다빈은 말을 마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나효심의 얼굴에 약간의 미안한 기색이 스쳐 지났다. 배 아파서 난 자식이다. 아무리 못난 아이라 해도 혈연관계가 있는 친딸이다. “다빈아, 미안해. 엄마가 너를 오해했어.” 모처럼 하는 사과와 부드러운 말투에 이다빈은 왠지 코가 시큰거려 걸음을 멈추고 나효심을 돌아보았다. 이경환도 한숨을 푹 내쉬며 사과의 말을 건넸다. “아빠도 오해해서 미안해. 급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그만… 아니야, 이 얘기는 다시 하지 말자. 미안해.” 이다빈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요.”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결국 이다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먼저 방에 들어가서 잘게요.” “잠깐만.” 나효심이 이다빈을 불러세웠다.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경찰들이 왜 그렇게 많이 와서 너를 데려간 거야?” “전에 얘기했지만 국가기밀이라 말씀드릴 수 없어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알려드릴게요.” 이다빈은 솔직히 말했다. 나효심은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다시 삼켰다. 이다빈을 보는 그녀의 눈빛도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다빈에게 다시 한번 깊게 실망했고 울화통이 번졌다. 더 이상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아 말머리를 돌렸다. “아침에 담임 선생님께서 전화가 왔어. 사흘이 멀다고 결석하면 학교에서 제적을 검토하겠대.”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요.” 학교에서 제적당할 걱정은 전혀 없었다. 아무 인맥이나 찾아서 처리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효심은 치밀어 오르는 가슴속 분노를 결국에는 참지 못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네가 해결할 수 있다고? 어떻게 해결할 건데? 네가 교장 선생님이야? 이다빈, 나도 정말 말하고 싶지 않은데 너 이제 스무 살이야! 자주 결석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1년 전에 휴학하지 않았더라면 아직까지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하지는 않았겠지! 은영이를 좀 봐. 너와 같은 날 태어났어. 그런데 이미 서주대학교 2학년 학생이야! 너보다 무려 두 학년이나 위라고! 너 이렇게 매일 빈둥빈둥 놀면 대학은 어떻게 갈 건데? 대학에 간다고 해도 삼류 대학에 가서 웃음거리나 될까 봐 걱정이네, 정말!” 사실 이다빈은 휴학한 이유도 나효심에게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엄마도 아빠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거짓말이라며 허풍을 친다고 욕까지 호되게 먹었다. 그러다 보니 이다빈도 설명하기 귀찮아졌다. 믿거나 말거나! “걱정하지 마세요, 웃음거리 될 일도 없고 삼류대학에 가지도 않을 거니까. 서주대학교에 갈 거예요.” “네가 서주대에 간다고?!” 나효심은 귀를 믿을 수 없었다. “네.” 이다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은 우리 서주 최고의 대학이야! 그 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이고. 은영이가 서주대에 붙기 위해 밤낮으로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알아? 하루가 24시간이라는 게 한이 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툭하면 결석하고 다른 애들보다 2년이나 늦은 네가 합격할 수 있을 것 같아?” “서주시 수석은 문제없을 거예요.” 수석 정도는 이다빈도 자신이 있었다. 나효심은 화가 나서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었을 때 이다빈은 이미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이틀 연속 연구실에 있다 보니 조금 지칠 수밖에 없었다. 샤워하려고 할 때 친구로부터 페이스톡이 걸려왔다. 영상이 연결되자 화면에 잘생긴 남자가 나타났다. “이 고수, 오늘 아침 현 고수에게서 요청이 왔는데 너와 한 판 겨루고 싶대.” 이다빈의 눈빛에 흥미로움이 스쳐 지났다. “진짜로 현 고수야?” “응, 확실해.” “좋아, 알았어.” “너무 잘됐어!” 임이준은 흥분한 듯 외쳤다. “이 고수와 현 고수, 바둑계의 양대 산맥의 대결이라니! 두 사람의 대결은 분명 바둑계를 뒤흔들 거야! 정말 기대돼! 그럼 너도 대결에 수락했다고 그쪽에 얘기할게.” “응.” 전화를 끊은 이다빈은 재빨리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한 뒤 침대에 가서 잠을 잤다. … 다음 날 아침 6시. 이다빈은 무술 연습복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오랫동안 아침 운동을 하지 않아 공원에 가서 무술 연습을 하려고 했다. 같은 무술복 차림의 할아버지가 무술을 하는 것이 이다빈의 눈에 띄었다. 주위에 구경하는 할아버지도 꽤 많았다. “역시 주 어르신의 무술은 너무 훌륭해요!” “이 자세는 정말 학의 날갯짓처럼 대단해요.” 할아버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칭찬하고 있었다. 이다빈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발 스텝과 팔을 휘두른 자세가 정확하지 않아요.” 어렸을 때 사부를 따라 매일 산에서 무술을 한 이다빈은 잘못된 자세를 보고 참지 못하고 한마디 지적했다. 이다빈의 말에 주위 할아버지들이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풋풋한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어르신들의 주름진 눈가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해졌다. “계집애야, 너 같이 어린 애가 무술을 안다고?” “아무것도 모르면서 감히 여기서 큰소리나 치고 있어!” “그러니까! 아무리 그래도 십여 년 동안 무술을 해온 주 어르신이 설마 너 같은 계집애보다 못하겠느냐?” 뭇사람들의 불친절에도 이다빈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사실대로 얘기했을 뿐이에요. 조금 전 그 자세는 확실히 잘못 된 게 맞고요.” “너 이 계집애 정말 콧대를 빳빳이 세우고 위아래도 모르는 것 같네?” 김 영감은 성격이 불 같은 사람이다. 줄곧 주 어르신을 자신의 우상으로 삼았기에 다른 사람들이 주 어르신을 이렇게 말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저리 가! 빨리 가지 못해? 안 가면 내가...” “됐어요, 어린 소녀일 뿐이에요. 나이가 많으신 분이 왜 어린아이와 다투고 그래요.” 주수천은 사람들 속에서 걸어 나오더니 이다빈 앞에 다가와 빙그레 웃으며 상냥하게 말했다. “젊은 아가씨, 방금 아가씨의 말을 들어보니 무술을 좀 할 줄 아는 것 같네요?” “네.” 이다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수천은 이다빈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오랜 세월 살아온 그의 매서운 눈초리로 이다빈이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이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언제 무술을 배웠어요?” 이다빈은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세 살 때였던 것 같아요.” “풉! 하하! 다들 들었어요? 세 살이래요! 정말 어이가 없네요! 영감님, 제가 몇십 년을 살면서 허풍을 떠는 사람은 많이 봤는데 이 정도로 허풍이 심한 사람은 처음이에요.” 김 영감이 배를 잡고 크게 웃자 다른 사람들도 뒤로 벌렁 나자빠지며 덩달아 웃었다. 이다빈은 시종일관 덤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얼굴에는 큰 표정 변화가 보이지 않다. 주수천은 수염을 쓸어내리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한숨을 돌리며 말했다. “젊은 아가씨, 방금 발 스텝과 팔을 휘두르는 자세가 틀렸다고 했는데 그럼 한 번 보여줄 수 있을까요?” 이다빈은 시간을 힐끗 봤다. 수업이 7시 반에 시작되기에 급하지 않았다. “학교에 가야 해서 한 번밖에 할 수 없겠네요. 잘 보세요.” “흥! 요즘 젊은이들은 정말 경망스러워. 한 번밖에 못 하겠다고? 말하는 꼴을 좀 봐! 진짜 잘하면 내가 여기서 당장 삭발하고 물구나무를 서겠네.” 김 영감은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에 깜짝 놀라 턱이 빠질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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