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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장

박현우와 함께 걷다가 문혜란이 불쑥 말했다. “어머, 저 아이, 어쩐지 낯이 익네.” 하지만 박현우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혜란의 이어지는 말에 박현우는 냉큼 고개를 들었다. “네 약혼녀랑 닮았어.” 박현우는 당장 문혜란이 보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역시나 이다빈이었다. ‘그런데, 웬 병원복?’ 이다빈은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며 의아한 얼굴로 두리번거렸다. 그녀는 다급히 몸을 틀었다. “교수님, 아니 다빈 씨. 왜 그래요? 산책 좀 하고 싶었던 거 아니었어요? 왜 벌써 가려고요? 혹시 머리 상처 때문에 어지럽고 불편한가요?” 윤인주는 걱정스럽게 캐물었다. 박현우는 옆에 있던 배민혁에게 말했다. “우리 할머니 좀 부축해 줘.” “알겠습니다.” 박현우는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고 이다빈을 막아섰다. 이다빈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보네요.” 박현우의 시선은 이다빈의 머리를 감싸고 있는 붕대에 머물렀다. 냉랭한 표정의 박현우는 미간을 세게 찌푸리며 물었다. “다쳤어? 어쩌다가?” “그게....” “어제 친구랑 나가 놀다가 부딪친 거라고 둘러대지 마.” 이다빈은 당황한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 박현우는 이다빈을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입술을 깨물며 정색했다. 옆에 서 있던 윤인주는 이다빈과 박현우를 번갈아 보며 흥미로운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뒤, 박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젯밤에 드라이브하다가 이런 거야?” 그 말에 이다빈은 박현우를 홱 쳐다보았다. 이다빈의 눈빛은 어느새 혼란스럽게 흔들렸다. “정말 너답다!” 박현우는 양손으로 이다빈의 팔을 덥석 잡았다. “나한테 왜 얘기 안 했어? 나한테 왜 역풍이 너라고 얘기 안 했어? 내가 용천 산장의 대회에 나간다는 걸 뻔히 알면서, 내가 역풍을 찾고 있다는 걸 다 알면서! 너는 내 약혼녀잖아. 그런데 왜 T.F 대표직을 맡았어? 너랑 전지훈은 대체 무슨 사이고? 남을 돕는 걸 보니 팔이 밖으로도 굽는구나. 아니면 너는 나를 남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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