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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연악연
By: Webfic

제5장 민연서

그날 그렇게 안 좋게 헤어지고 나서 강유나는 한동안 진영재를 보지 못했다. 그녀가 두 번이나 진우 그룹을 찾아갔지만 대표 사무실에 사람이 없었고 김 비서도 그저 웃으며 진영재가 바쁘다고만 했고 어디 갔다고는 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김선영은 결혼하는 일이 또 흐지부지하게 되자 화가 나서 죽도 먹지 못했다. 그녀는 강유나를 거슬려하며 큰 소리로 욕했다. "빌어먹을 년, 남자도 곁에 못 남겨?" 욕을 하고 나서는 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네가 이런 병신인 줄 알았으면 네 동생만 키웠어야 하는 건데." 강유나는 그런 말에 진작에 익숙해져서 아무 느낌이 없었기에 덤덤하게 말했다. "엄마, 솔직히 말해서, 진작에 죽었잖아요." 그녀의 남동생은 팔자가 안 좋아서, 김선영과 함께 진씨 저택에서 살았지만 10살 때 갑자기 세상을 떴다. 강유나가 도착했을 때, 김선영은 시체를 안고 통곡하고 있었고 심지어는 강유나가 동생을 대신해서 죽기를 바랐다. 지난 일이 떠오르자 강유나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귀에서 들려오는 끝없는 욕에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고 어찌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됐어요, 동생한테 빌붙었으면 그동안 이렇게 좋은 생활 못 했어요." 모두 딸을 팔아서 얻은 거였다. 솔직한 말에 김선영은 화가 나서 그녀한테 물건을 던졌다. "공짜로 당한 주제에, 내가 누굴 위해서 이러는데!" 강유나는 맞는 게 익숙해졌다.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아파서 미간을 찌푸렸고 이마가 뜨거워 나자 손을 들어 만졌는데 손끝까지 피가 묻었다. 그녀는 아무 말하지 않고는 대수롭지 않아 하는 김선영을 지긋이 보고는 가방을 들어 병실을 나왔다. 모든 걸 받아들이는 듯한 침묵이었다. 강유나는 화장실에 가서 상처를 처리했다. 이마에 생긴 작은 상처는 피를 닦고 나서도 붉고 부풀어 있었는데 꽤 눈에 띄었다. 그녀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는데, 얼굴이 흐릿하고 생기가 없어 보였다.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눈 밑이 시커맸다. 그랬다, 그녀는 더 이상 젊지 않았다. 올해가 지나면, 그녀가 마침 진영재랑 10년을 함께했는데, 결국 이렇게 버려지고 결혼을 취소당하게 되었다. 강유나는 미간을 찌푸렸고 가슴을 찔린 것 같았다. 마침 찬 바람이 불어왔고 그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을 느꼈다. 생각에 잠겨 있는데, 마침 옆에 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려 보았더니, 진영재한테서 걸려온 거였다. 강유나의 눈까풀이 뛰었다. 전화를 받아 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진영재가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본가 가족 연회가 있어, 할아버지가 특별히 널 데리고 오라고 했어." 그는 멈칫하고는 또 말했다. "내가 술 마셔서 운전 못 해, 조금 이따 나 데리러 와." 그러고는 강유나가 답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고는 주소를 보내왔다. 강유나는 이게 진영재의 수법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둘이 아무리 심하게 싸워도 진영철이 나서면 그녀는 바로 숙이고 들어갔다. 진영재는 그걸 계속해왔다. 진씨 가문에서 그녀와 김선영을 웃음거리라고 생각했지만 진영철만이 그녀를 가족처럼 대했기 때문이었다. 강유나는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는 시간을 계산하고서야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마침 나오는 사람과 마주치게 되었다. 그녀의 피부는 매끄럽고, 허리는 날씬했다. 왼쪽 눈 아래에는 작은 눈물 점이 있었는데 사람을 바라볼 때 눈빛이 아주 맑았다. 그녀는 갈색 긴 웨이브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었는데 몸에서 은은한 향기가 났다. 천생 미인이었다. 눈을 마주치자 강유나는 심장이 쿵해 났고 왜인지 불안함이 밀려왔다. "연서 선배, 돌아왔네?" 민연서는 미소를 지었고 강유나가 어색해하자 눈썹을 살짝 올리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육이 찾으러 왔지?" 육이는 민연서가 진영재한테 특별히 지어준 애칭이었다. 유일한 애칭이었다. 민연서는 말하면서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그녀가 문을 막고 있는 걸 보자 놀리기 시작했고 누군가 소리쳤다. "민 비서님, 진 대표님이 이제 나간 지 얼마나 됐다고 걱정 돼서 그렇게 문지기 하고 있는 거예요?" 소리가 너무 컸기에 강유나가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강유나는 멈칫했다. "민 비서님?" 민연서는 멈칫하더니 더 환하게 웃으며 다른 대답을 했다. "신경 쓰지 마, 육이가 내 숙취해소제 사러 갔어, 곧 올 거야." 강유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진영재와 함께한 수많은 시간 동안, 그가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정말 비교할수록 마음만 아팠다. 강유나는 마음이 불편해서 가려고 했는데, 뒤에서 진영재의 소리가 들렸다. "왜 나와 있어?" 그녀는 심장이 찌릿해 났고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돌렸는데, 진영재가 아주 자연스럽게 민연서를 바라보고 있는 거였다. 그는 깊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걱정스럽게 말했다. "여기 바람이 세, 너 몸도 안 좋은데, 감기 걸리겠어." 민연서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리고는 진영재한테서 약을 건네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나 그렇게 여리여리하지 않아." 두 사람은 애정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강유나는 눈꼴이 시렸고 마치 자신이 내연녀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강유나가 한쪽에 가만히 있자 민연서는 진영재의 팔을 쿡쿡 찔렀다. "육아, 유나 후배님이 너 기다려." 그녀가 귀띔해서야 진영재는 강유나를 보았고 덤덤하게 말했다. "차 가져왔어?" 강유나는 아무런 감정 없이 "응"하고 답했다. 진영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 "잘 됐네, 시간이 늦었으니까 우리 먼저 연서부터 데려다 주자." 그 말을 듣자 강유나는 표정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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