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장 참담하기

그 말을 듣자 진영철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는 순간 오늘 진영재가 왜 당당하게 자신과 대놓고 적대하는지 이해되었다. 그는 뒷길을 남겨뒀기에 인내하면서 자신과 옥탑방에서 가식을 떨며 시간을 번 것이었다. 그랬구나. 진영철은 생각했다. 진영재가 갑자기 매정하게 군 것도, 강유나를 미리 보낸 것도,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원하지 않은 것도, 모두 미련 없이 다 떼어내고, 아무런 걸리적 거림이 없이 자신과 싸우기 위해서였다! 모두 계산된 것이었다. 진영철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 욕했다. "진영재, 이 배은망덕한 새끼, 네가 진씨 가문에 마음이 없었을 때, 널 죽어버렸어야 했어!" 진영재는 헛웃음을 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할아버지, 지금 그런 말씀하시는 건, 너무 늦었죠." 옆에 있던 성문걸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그는 진호영과 원한이 있었기에 주먹 몇 번으로 마른 체격의 진호영을 바로 바닥에 눕혔고 그는 그저 숨만 헐떡였다. "됐어, 지금은 법치사회야, 여긴 진씨 가문 구역이야, 목숨은 붙어있게 해 줘." 그 모습을 보자 진영재는 나른하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 "어르신이 말했잖아, 문제 생기면 널 감옥에서 평생 살게 하겠다고." 성문걸의 주먹이 허공에서 멈췄고 그 말을 듣자 콧방귀를 뀌고는 바로 진호영을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는 역겹다는 듯 진호영을 잡았던 손을 닦고는 진영철을 노려보았다. "무서워 죽겠네요!" 진호영이 연신 맞자, 약발이 많이 사라졌고 아파서 정신도 많이 차렸다. 그는 흐리멍덩하게 눈을 떴고 초점이 잡히자 갑자기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진영재였다! 그는 멈칫했고 갑자기 정신이 차려졌고 그들이 말하는 "육이 형님"이 누군지 알게 되었다. 진호영은 힘겹게 바닥에서 일어나 진영재와 눈을 마주쳤고는 손을 들어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았다. "누가 이렇게 일을 크게 벌이며 나를 데려왔나 했네." 그는 웃음을 터뜨렸고 입안이 불편해서 옆에 있는 눈에 "퉤"하고 피를 뱉고는 습관적으로 눈을 게슴츠레 뜨고 음산하게 웃었다. "아직도 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