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화 내가 사랑하니까 됐어

"당신 친구가 열쇠를 줬어." 문소남은 손에 든 열쇠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원아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 주위는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문소남은 문득 그녀 쪽으로 두 걸음 다가갔다. 탐색을 위한 것이었는데, 정말 그녀는 그가 다가오는 몸짓에 놀라 몇 걸음 연속 뒤로 물러섰다. 그것은 본능적인 '회피' 동작이었다. 문소남은 그녀가 도대체 왜 그를 피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자세히 기억을 더듬었다. 그들은 어젯밤 나강에서 잠자기 전에 차체에 기대어 키스를 했는데, 그녀는 결코 거절하지 않았고, 심지어 이전보다 적극적이었으며, 응답도 매우 열렬했다. 오전에 차에서는 할아버지가 함께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그녀와 많이 접촉하지 못했지만, 대화할 때 그녀는 이렇게 자신을 피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오후부터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수없이 전화를 했지만, 그녀는 계속 받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만나러 집으로 찾아오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차가 아파트 단지로 들어왔을 때, 마침 그녀의 친구 이연이 나왔다. 이연이 먼저 그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대표님, 저는 대표님과 원아의 관계를 알고 있습니다만...... 원아가 오늘 좀 이상해요. 혹시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문소남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어서, 회의를 마치자마자 더 지체하지 않고 달려온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는 회의 내내 회의에 집중하지도 못했다. T그룹 내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회의 발표자는 매우 진지하게 설명했지만, 메인 좌석에서 데이터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하는 대표는 넋을 잃고 어딘가를 쳐다보며 눈썹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 지 못했다. "이렇게 늦게 무슨 일이에요?" 원아는 아직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라, 그에게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할아버지가 계신 집에서 말하는 것은 더욱 적절하지 않았다. 이때 베란다에서 새를 보던 할아버지가 흔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