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화 죽음으로 위협하여 그녀를 문소남에게서 떠나게 하다

문소남은 자동차에 몸을 기댔다. 셔츠와 양복바지에 싸인 뜨거운 몸은 욕구불만으로 아우성치고 있었다. 눈살을 찌푸린 남자는 차 문을 열고,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인 후, 세게 한 모금 빨았다. 지금은 담배를 피워 몸속에서 일렁이는 욕망을 다독이는 수밖에 없었다. 문소남은 먹처럼 어두운 눈동자를 들어 희미한 전등이 켜진 방 쪽을 바라보았다. 낡은 집은 요 몇 년 동안 줄곧 비어 아무도 살지 않았기 때문에 커튼이 달려있지 않았다. 문소남은 한참이 지나 방 전등이 꺼질 때까지 그녀의 방을 바라보았다. 이 밤, 원아는 잠을 잘 못 잤다. 문소남도 한밤중까지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다시 나강으로 돌아온 조용한 밤, 전에 마을에서 겪었던 모든 것들이 떠올라 감정이 복잡했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이 일제히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 새벽 5시가 넘어 원아는 머리가 아파서 깼다. 낯선 곳에서 잠자느라 익숙하지 않은 것은 둘째 문제였고, 첫째 원인은 장인숙이 했던 말 때문이었다. 그녀는 악몽도 꿨다. 장인숙이 죽음으로 위협하며 그녀에게 문소남을 떠나도록 강요하는 꿈이었다. 그녀는 일어나서 이불을 갠 다음 할아버지 방으로 먼저 갔다. 할아버지는 손녀가 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말했다.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좀 더 자지 않고?" "평소에도 이 시간에 일어나요." 원아는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갑자기 할아버지의 목을 껴안고 말했다. "아버지 집으로는 가지 않을 거예요. 아버지는 외지에 일하러 가셨어요.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저하고 함께 살아요." 손녀 얼굴의 서글픔을 할아버지는 보지 못했다. 노인은 손녀의 손등을 두드렸다. "할아버지는 네가 효심이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곧 결혼할 거잖아. 할아버지 같은 노인이 같이 살면 네가 힘들 거야." "안 힘들어요. 할아버지를 돌보는 것이 왜 힘들어요. 시댁도 틀림없이 제가 효도하는 사람이기를 바랄 거예요. 만약 그 사람들이 내가 배은망덕하고 효도하지 않는 사람이길 원한다면 그런 시댁은 저도 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