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4화 피로 물든 원아 곁의 훈아
주말에 원아가 외출을 준비하는 것을 본 쌍둥이가 같이 가자며 떼를 썼다.
할아버지가 걱정되어 서두르던 원아는 시간이 없는 데다 마음까지 급해져 아이들을 데리고 가기로 결정했다. 차가 A시 중앙 백화점 옆 상가건물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뒤쪽 카시트에 앉아 있던 원원이 원아를 불렀다.
“엄마, 나 배가 아파요.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
아무래도 어젯밤 엄마 말을 듣지 않고 멜론을 많이 먹은 탓에 배탈이 난 것 같았다.
얼굴을 찡그리며 울 것 같은 표정의 딸을 보자 원아는 운전기사인 민석에게 부탁해 차를 근처 주차장에 세웠다. 그녀는 훈아는 차에 두고, 원원과 함께 상가건물 화장실로 갔다.
원원이 화장실에서 나온 건 십 분이나 지난 뒤였다.
원아는 원원의 작은 손을 잡고 사거리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렸다. 그때까지도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위험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임영은은 차에 앉아서 아이의 손을 잡은 여자를 노려보았다. 분명, 원아였다! 그렇게 찾아도 보이지 않던 그녀를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다.
소남이 지금까지 그녀를 철저하게 보호했기 때문에 샅샅이 뒤져도 찾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영은의 머릿속에서 원아는 천한 신분의 형편없는 여자였다. 아버지는 죽었고, 어머니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새어머니마저 감옥에 갔다. 오로지 모든 짐을 떠안은 할아버지가 그녀의 유일한 보호자였다. 그런데, 그런 여자가 감히 자신의 것을 빼앗아가다니!
소남이 원아를 애틋하게 사랑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영은의 마음에서는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그럴 때마다 겨우 남아 있는 한 가닥 숨을 간신히 내쉬곤 했다. 영은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원아를 여기서 쫓아내야 했다.
특히, 원아가 또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진작 그녀를 없애버리지 못했던 것이 뼈저리게 후회됐다!
원아가 손을 잡은 어린아이는 소남의 딸 원원이었다.
예쁘장한 여자아이는 원아와 패밀리룩을 입고 있었는데, 아이의 눈매가 원아와 무척 닮아 있었다. 눈치 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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