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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9장

한성은은 가출하기 전에 의, 식, 주 모두 걱정없이 살았기 때문에 차가운 현실은 그녀 혼자 견뎌내기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이력서의 경력란은 매우 깨끗했다. 적을 수 있는 건 학력 뿐이었다. 그리고 추가한 문장은... 나쁜 습관이 없다는 내용 뿐. "아 진짜 어떻게 적어야 할지 모르겠어. 대학교 때 집에서 그런 거 다 필요없다고 해서 따지도 않았고. 졸업 후에는 바로 아빠 회사에서 일하긴 했으니까 말이야. 근데 누가 알았겠냐고. 갑자기 맞선을 보고 결혼하라니!" 한성은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내가 고쳐줄까?" 배유정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한성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됐어! 돈 다 떨어지면 돌아갈 거야." 배유정: "진짜지?" "너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데도 힘들어 하는데. 나는 못해. 집에 들어가는 게 나을 거 같아." 한성은의 말에 배유정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네 말이 맞아. 우리 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벌기 힘든 세상이야. 넌 부모님에게 돌아가면 돈 걱정은 없으니까. 맞선 상대는 싫으면 다른 사람 만나면 되는 거구." "유정아, 네 말에 좀 가시가 있다? 설마 내가 한 말에 상처 받은 거야?" "난 부자의 삶이 어떤지 몰랐으니까. 어제 봤는데 정말... 다르더라." 배유정은 라엘과 김세연의 결혼 답례품이 떠올랐고 그 선물을 사려면 그녀가 몇 년 동안 일을 해야하는지 떠올랐다. "유정아, 내가 집에 돌아가서 좀 괜찮아지면 돈 빌려줄게. 먼저 가족 빚부터 갚아." 배유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필요 없어. 올해 안에 갚을 수 있을 것 같아." "나한테까지 숨기지 않아도 돼! 너 고생하는 모습 보고 싶지 않아. 이자 같은거 안 받을 테니까 받아." 한성은은 정말 진심을 다해 말했다. "지금 내가 너한테 얹혀 사는 거 갚는 거라고 생각해." "밥값은 네가 냈잖아." "우리 집은 가정부를 고용해서 요리를 하다보니까 한 달 비용만 해도 엄청 나다구." 한성은은 이 말을 하다 아차 싶었는지 다시 이어서 말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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