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화
차수현은 어색하게 웃기만 할 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자신한테까지 사실을 숨긴 차수현이 야속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모든걸 스스로 감당하려하며 무작정 참고만 사는 그녀의 답답한 성격에 더욱 화가난 한가연. “수현아, 네가 정말 이 아이를 유산하고 싶은 생각이라면 하루 빨리 네 남편이랑 이혼해야 돼, 여기서 시간을 더 끌었다간 배가 점점 불러온다니까.”
친구의 말에 공감하듯 차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도 같은 생각이였으니까.
한 편으론 홀몸이 아닌 상태로 온씨 집에 계속 있어봤자 들키는 건 시간문제일 테고, 또 한 편으로는 오늘 그녀가 당한 일이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강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연 치고는 너무 소름돋을 정도로 잘 짜여진듯한 이 상황, 누군가 그날 밤 일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했고 하필이면 이 시점에 차수현은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다.
그날도 그 거리에는 퇴근 후 귀가중인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소매치기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이면 차수현을 타깃으로 삼았다, 별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자신한테 그런 일이 생기다니, 차수현은 이는 절대 우연이 아닐 거라는 예감이 거의 확신으로 바뀌었다.
불현듯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어쩌면 그날밤 그 남자는 차수현의 신분을 이미 알아냈고 그래서 쥐도 새도 모르게 증거를 인멸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까지 확실한 물증은 없지만 이미 의심이 들기 시작한 이상 절대 그 무서운 예감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그 집에 남아 불안에 떨며 심장을 졸이고 싶지 않았다. “걱정마, 곧 남편이랑 얘기해서 이혼 서두를 거야, 그리고 그 집에서도 하루빨리 나갈 거야.”
한가연은 그래도 이성적인 판단은 할 수 있는 차수현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럼 푹 쉬어, 오늘은 내가 같이 있어줄게.”
차수현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호의를 받아드렸다. 한가연이 옆에 있어준다면 불안과 공포감도 없을 것이며 무엇보다 한 숨 푹 잘 수 있었기때문이다.
......
꿈 하나 없이 평온했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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