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4화
은수가 자신을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하자 수현은 드디어 마음속의 두려움을 억제하지 못하고 큰 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아이 지우면 안 돼요. 이 아이는 당신 아이니까요!”
은수는 멈칫했고 정신을 차린 뒤 수현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기며 한 쌍의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당신 방금 뭐라고?”
이미 말한 이상 수현도 두려울 게 없었다.
그녀는 은수가 그들의 아이를 지우는 것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
“뱃속의 아이 당신의 아이니까 지우면 안 돼요.”
은수는 잠시 멈칫하다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차수현, 당신은 이 잡종을 지키려고 정말 온갖 수단을 다 쓰는군. 이딴 새빨간 거짓말까지 입 밖으로 꺼내다니. 내가 언제 당신과 관계를 맺었지? 당신 설마 스스로 임신할 수 있는 거야?”
남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수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평생 그날의 일을 다시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긴, 당신은 깨어난 후에 나와 잔 적이 없죠. 그러나, 두 달 전, 당신은 그날 포시즌 호텔에 있었던 일을 모두 잊어버린 거예요? 당신은 그날 밤, 한 여자를…… 강간했잖아요.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
은수는 수현이 단지 시간을 끌려고 이렇게 말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그날의 일을 언급하자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차수현이 어떻게 이 일을 알았을까? 그는 수현에게 알려준 적이 없었고 그날 저녁의 여자는 분명 유예린이었다. 게다가 유예린은 또 자신이 남긴 물건까지 가지고 있었다.
“아이는 바로 그날 밤의 일로 생긴 거예요. 만약 당신이 여전히 믿지 않는다면, 아이가 태어난 후에 친자 검사 확인해 봐요. 만약 당신의 아이가 아니라면, 당신 마음대로 처리해요!”
수현은 은수가 믿지 않는 것을 보고 필사적으로 말했다. 설령 그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더라도 친자확인은 그녀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었다.
아무튼 아이가 이대로 자신의 친아버지인 온은수에 의해 강제로 지워지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은수는 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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