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3장
고급스럽고 절제된 분위기로 꾸며진 비지니스 회의실에서 강기준은 맞춤 제작된 블랙 슈트를 입고 한스 그룹의 고위 임원들을 이끌며 파라스의 최강 그룹 루마의 대표 마크를 접대하고 있었다.
“사모님, 우리 대표님은 파라스어를 아주 잘하세요. 스무 개가 넘는 외국어를 구사하셔서 통역이 필요 없을 정도죠.”
프런트 직원이 정라엘에게 커피를 건네자 정라엘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그럼 전 이만 내려가 보겠습니다.”
“네.”
프런트 직원이 나간 뒤 정라엘의 또렷한 눈동자는 다시금 회의실 안으로 향했다.
그녀의 시선이 통유리를 통해 강기준에게 머물렀다.
강기준은 마크와 함께 서 있었고 마크가 파라스어로 이야기하자 유창한 파라스어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이곳은 상류 비즈니스 세계의 최정점, 명예와 이익이 얽힌 정상들의 만남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라엘은 유리창 너머로 강기준에게서 그 특유의 화려함과 부유한 기운을 느꼈다.
그러니 그를 탐내는 여자가 끊이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정아름이 떠나기도 전에 또 다른 여자인 노지우가 나타났을 정도였으니.
그가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을 때는 그야말로 기품 있고 냉정하며 절제된 분위기를 풍겼다.
하지만 그녀를 억누르고 강요하던 순간들을 떠올리면 그는 겉만 번지르르한 짐승이나 다름없었다.
겉으론 금욕적인 듯 보이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정라엘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순간 정라엘의 마음속에 괜스레 장난기 어린 심술이 피어올랐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남편으로 저장된 연락처를 찾아 메시지를 보냈다.
조용하던 회의실에 휴대폰 알림음이 울려 퍼졌다.
강기준은 마크와 대화하던 도중 휴대폰 소리를 듣고는 짧게 양해를 구한 뒤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을 보자 정라엘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기준 씨, 나 할래.]
그는 고개를 들어 유리창 너머를 바라봤다.
정라엘은 그날 밤과 같은 모습이었다. 하얀 블라우스에 플리츠 스커트를 입고 위에는 베이지색 야구 점퍼를 걸쳤으며 길고 검은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