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3장

강기준은 목소리를 낮추면서 자신에게 애원하라고 했다. 정라엘의 속눈썹이 떨렸다. 강기준은 정라엘의 희고 보드라운 얼굴을 보았다. 며칠 만에 보는 것인데 예전보다 표정이 더 차가웠고 그를 볼 때는 마치 낯선 사람을 보듯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강기준이 그녀를 일부러 놀려서 정라엘이 그를 향해 눈을 흘길 때야 조금 생기가 느껴졌다. 강기준이 말했다. “나한테 애원하면 여기서 데리고 나가줄게.” 강기준은 정라엘이 곤경에 빠졌다는 걸 단번에 알아보고 그녀에게 애원하라고 요구했다. 정라엘이 그에게 애원할 일은 없었다. 그녀는 강기준에게 구해지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빚을 지고 싶지 않았다. “강 대표님, 놔주세요!” 정라엘은 힘주어 반항하며 그의 허벅지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장윤석이 바로 일어났다. “강 대표님,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강기준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장윤석은 떠날 수가 없었다. 강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곧 묵인이기 때문에 장윤석은 빠르게 떠났다. 강기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면서 그늘이 졌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뭔가를 눈치챈 건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어떻게 된 걸까? ... 정라엘과 노지우는 경호원들에게 잡혀서 억지로 장윤석의 차로 끌려갔다. 노지우는 겁을 먹고 구석 자리에 앉았고 장윤석은 옆에 있는 정라엘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까 강 대표님이 뭐라고 한 거야?” 정라엘은 대꾸하지 않았다. 장윤석은 손을 뻗어 정라엘의 작은 얼굴을 쥐었다. “대단하네. 강 대표님 허벅지에도 앉고 말이야. 강 대표님 품에 안긴 여자는 처음 봤어.” 정라엘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장윤석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 더러운 손으로 만지지 말아요!” 그러나 뿌리치지 못했다. 정라엘은 피부가 약했기에 장윤석의 손에 잡히자 곧바로 피부가 빨개졌다. 장윤석은 눈이 벌게졌다. “원래는 호텔에 도착한 뒤 제대로 가지고 놀 생각이었는데 더는 참지 못하겠어. 강 대표님 품에 안긴 여자라니, 내가 아주 보물을 주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