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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장 입맛도 변하기 마련이니까요.

배진욱의 표정은 복잡했고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고채영은 혹시나 배진욱이 더 화를 낼까 봐 조심스럽게 나를 한쪽으로 끌어당겼다. 나는 배진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배진욱은 더 화를 내지도, 무슨 말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가끔은 그런 그의 마음을 읽지 못할 때도 있다. 지금의 배진욱은 마치 대학교 때처럼, 심지어는 우리가 오창 시에서 함께 했었던 그 시간처럼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왜지? 나는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내려다봤다. 그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건지 더는 알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끝난 사이니까. “무슨 약속이요?” 서유나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걸어와 물었지만 나는 그녀가 이미 화가 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도 예의상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배 대표님과의 협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이죠. 그것 말고 또 뭐가 있겠어요.” “저희는 이만 돌아갈게요. 천천히 둘러보세요.” 나는 고채영을 끌고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아까까지만 해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던 음식들이었는데 지금은 도통 입맛이 없었다.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는 배진욱, 그리고 나와 배진욱의 눈치를 보고 있는 서유나, 이렇게 불편한 식사 자리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먹음직스럽게 익고 있는 대게를 바라보니 또다시 입맛이 살아나는 것 같았다. 내가 식탐이 많은 건 아니지만 배진욱이 많이 먹지 말라고 하니 오히려 더 먹고 싶었다. 대게는 어느새 다 익었고 내 눈은 대게에서 떠날 줄 몰랐다. 고채영은 그런 나를 바라보고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알겠어, 그만 봐. 첫 번째 대게는 너한테 줄게.” 웨이터가 옆에 서서 대게를 꺼내자, 고채영은 첫 번째 대게를 내 접시에 놓아 줬다. “여전히 먹는 걸 이렇게 좋아하네. 그래도 대게는 적게 먹어. 많이 먹으면 탈나니까.” 고채영도 배진욱과 똑같은 말로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가볍게 웃고 팔을 거두며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했다. 고채영은 내 옆에 앉아서 전담 웨이터처럼 계속 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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