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장 괴롭힘

오른손에 무언가 차가운 액체가 혈관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익숙한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르자 나는 내가 병원에 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고채영의 일 때문에 너무 신경을 썼는지 내 몸은 더 약해졌다. 가끔 코피가 나거나 갑자기 쓰러지기도 했다. 의사가 내 곁에는 항상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만약 고채영이 없었다면 아마 나는 몇 번이고 죽을 뻔했을 것이다. 나는 눈을 뜨자 고채영이 이미 옆에서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힘겹게 물을 마시려고 손을 뻗었는데 누군가 큰 손으로 병뚜껑을 열고 물을 건네주었다. “깼어? 불편한 데는 없어?” 문정우의 큰 손이 내 이마에 닿았다. 그의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나도 머리가 한결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물을 크게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조금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고채영은 갑자기 머리를 번쩍 들었는데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다. “희주야, 왜 또 쓰러졌어? 요즘 왜 제대로 밥을 안 먹어?” 그녀의 목소리는 할아버지 목소리처럼 더 쉬어 있었다. 나는 얼른 그녀를 말렸다. “됐어. 이러다 너 목 다 나가겠다. 나 멀쩡하잖아.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내가 항암 치료 때문에...” 나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멈추었다. 그리고 눈을 크게 뜬 채 고채영을 바라봤다. 문정우가 아직 여기 있었기 때문에 내 병에 대해 말하면 안 되었다. 고채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게. 그때 전화 받았을 때 내가 너무 당황해서... 아무튼 알게 되었어.” 고채영은 마치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이고는 내가 뭐라고 하든 받아들일 것처럼 보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문정우를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동정과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다.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어쩐지 코피나 나고 쓰러진 거였구나. 강희주, 나를 선배라고 생각하긴 한 거야?” 나는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분위기는 한동안 어색해졌다. 다행히도 의사가 제때 찾아와 나에게 주의 사항을 간단히 설명했다. 그는 나를 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