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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장 최선의 선택

배진욱이 그 말을 하자 나와 고채영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재연 그룹의 디자인팀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고채영은 예전에도 두 번이나 면접을 봤지만 실패했다고 나에게 하소연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배진욱은 유시은을 위해 양보했을 뿐만 아니라 고채영을 디자인 3팀을 관리할 수 있게 했다. 디자인 3팀의 능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지만 그래도 외부에서 팀장으로 곧바로 들어오는 건 전례 없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재연 그룹의 디자인팀 팀장은 다른 회사의 디자이너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자리였다. 고채영이 약간 흥분한 것 같았지만 나를 바라보며 주저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마음이 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문정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배진욱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 대표님 정말 대단하네요. 애인을 위해 이렇게까지 원칙을 버리다니.” 배진욱은 목을 가다듬더니 당당하게 말했다. “채영이의 디자인이 재연 그룹에 사용된 건 사실이잖아요. 그러니까 디자인 3팀을 맡는 게 가장 맞는 선택이죠. 이건 회사와 채영이의 미래를 위한 결정입니다.” 그는 일부러 ‘미래’라는 단어를 특별히 강조하며 계속 나를 쳐다봤다. 배진욱은 내가 무엇을 가장 중시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고채영은 내가 몇 안 되는 소중한 친구 중 하나였기 때문에 내가 그녀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을 배진욱은 확신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 일은 원래 고채영과 관련된 일이었기 때문에 배진욱은 내가 반드시 그녀를 위해 타협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입술을 오므린 채 그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였다. 배진욱은 내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야. 네가 우리 회사로 오게 되면 가장 친한 친구가 직속 상사가 되잖아. 널 섭섭하게 대하진 않을 거야. 3팀에는 그동안 적합한 팀장이 없었어. 고채영, 잘 생각해 봐.” 배진욱의 눈빛은 마치 고채영의 재능을 진심으로 높이 평가하는 것처럼 진정성이 있어 보였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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