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3장 나를 알아봤나?
다음 날 오전 안민혁의 전화를 받았을 때는 오전 10시였다.
어제 너무 늦게 자서 그런지 아직도 머리가 어지러웠다.
“민혁 오빠, 무슨 일이야?”
“너 지금 어디야?”
안민혁의 목소리는 살짝 가라앉았다. 조금 다급해 보이기까지 했다.
“침대에. 아니지, 호텔에. 왜 그래?”
나는 몸을 뒤척였다.
‘난 아직 회사에 나갈 필요는 없을 텐데.’
어쨌든 지금은 모두 회사에 있기에 내가 가면 들킬 위험이 너무 크다.
안민혁은 몇 초간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어제 왜 오피스텔에 오지 않았어?”
그 물음에 번쩍 정신이 들었다.
‘오빠도 어제 오피스텔에 가지 않았구나.’
‘오늘 아침에 들렀다가 내가 없는 걸 발견했나?’
나는 씁쓸함을 억누르며 최대한 가벼운 말투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난 역시 호텔이 편해. 여기 사람이 많아서 나를 신경 쓰는 사람도 없고 무엇보다 안전해. 그리고 아침에 호텔 예약했는데 바로 체크아웃하면 돈 아깝잖아.”
알고 있다. 이건 모두 내 변명이라는 걸. 아마 안민혁도 알 거다. 그렇다고 그의 오피스텔에 갈 수는 없다. 어쨌든 안민혁은 이미 약혼녀도 있는 사람이니까.
“희주야, 네가...”
“민혁 오빠, 로아라고 불러줘.”
어이없어 한숨이 나왔다.
“나 어제 정우 선배네 팀원들과 만났어. 대부분 아는 사람이더라. 아마 재연 그룹과 오빠 부하도 대부분 아는 사람일 거야. 이 세상에 이제 강희주는 없어.”
다시 태어난 로아만 있을 뿐.
안민혁도 유선영한테 나를 이렇게 소개했다. 나도 이게 좋다.
결국 내 고집을 꺾지 못한 안민혁은 내가 호텔에서 지내는 것을 허락했다.
“그래, 그럼 호텔에서 지내. 위치 보내줘. 방 번호도. 낮에 주변 좀 돌아다녀. 휴식해도 되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전화 건너편에서 안민혁을 ‘혁아’라고 부르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옆에 유선영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안민혁은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 순간 왠지 허무하고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이건 내 감정이기에 다른 사람은 알 필요가 없다.
시간은 점심시간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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