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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장 공평

“로아 씨, 잠깐만요.” 레노는 이를 갈며 나를 불렀다. “말해요. 뭘 원하는데요? 로아 씨가 원하는 조건 말해 봐요.” 레노는 분명 내가 죽도록 미울 거다. 하지만 그런다고 내가 이렇게 쉽게 돌아오는 건 아니지 않나? 나는 고개를 돌려 싱긋 웃었다. “원하는 조건 같은 거 없어요. 저 정말 바빠요. 그리고 손효정 씨를 믿어야죠. 손효정 씨라면 이 일을 잘 해결할 거예요.” 말을 마치고 나서 사무실을 나왔더니 손효정이 바로 원망의 눈길을 보내왔다. 그 모습은 아까 전 설설 기던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마치 나를 잡아먹기라도 할 듯이. “아주 기분 째지죠? 다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서.” “아니요. 난 일이 바빠서 도와줄 수 없어요.” 손효정은 살짝 놀랐는지 그대로 벙쪘다. 그녀는 뭔가 말하려는 듯했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나는 그런 손효정을 무시한 채 자리로 돌아왔다. 사실 나는 바쁘지 않다. 적어도 국내 업무량에 비하면 오히려 여유로웠다. 하지만 그렉 그룹의 프로젝트를, 그것도 일주일 내로 틀을 만들어 내려면 난 과로사로 죽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손효정 같은 말썽꾼이 있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손효정이 얌전히 있으면 모를까, 내 발목까지 잡으려 하면 상상하기 끔찍했다. 손효정은 충격이 컸는지 곧바로 레노를 찾아갔다. 두 사람은 사무실에서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는지 레노가 결국 사무실을 나와 내 자리로 왔다. “로아 씨, 지금 책임진 업무 잠시 내려놔요. 제니 씨와 다른 디자이너들이 도울 거예요. 그렉 그룹 프로젝트는 로아 씨가 맡아요.” 나는 고개를 들고 의아한 표정으로 레노를 바라봤다. “미안한데 혹시 잊었나요? 저 이미 제명됐어요. 제가 이 프로젝트를 책임졌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누가 책임져요? 설마 나한테 모든 책임을 덮어씌울 건 아니죠?” 내 말에 동료들이 키득키득 웃었다. 그들도 손효정이 나한테 누명을 씌우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난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다. 처음에 손효정이 어떻게 나를 프로젝트에서 제명했는지 똑똑히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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