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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장 제외되다

레노의 결정적인 지원 덕분에 손효정을 대하는 디오의 태도가 점점 더 공손해졌다. 비록 그가 한 말들은 다소 모호했지만 누구라도 손효정을 안씨 가문 사람으로 더구나 안민혁의 여동생으로 여기기에 충분했다. 그는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대하며 완벽한 귀공자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안소연이 디오가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의 본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손효정은 이런 상황을 꽤 즐기는 듯 한나절 내내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결국 계약 당사자가 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손효정이었다. 사무실로 돌아온 그녀는 계약서를 높이 들어 올리며 자랑스럽게 선언했다. “여러분, 그렉의 프로젝트 제가 따냈습니다. 앞으로 이 프로젝트는 제가 담당할 겁니다.” 그녀는 자리로 돌아온 나를 한 번 힐끗 보더니 눈에 띄게 우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로아 씨, 미안하지만 양쪽 회사의 협업이 더 중요하잖아요. 담당자가 바뀌어도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안소연은 옆에서 눈을 굴리며 계속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자기가 안씨 가문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건가? 자기가 뭔데 양쪽 회사의 협업을 운운하는 건지.’ 나는 약간 미간을 찌푸렸고 그녀는 내가 불쾌해하는 모습을 보고 더욱 우쭐해졌다. “레노 씨, 이 프로젝트는 제가 전적으로 책임질게요. 안 대표님도 반대하지 않을 거예요. 맞죠?” “물론이죠. 어차피 효정 씨가 따낸 계약이니까요.” 레노는 내가 담당자가 아닌 것을 반겼다. 내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그와 경쟁할 여지가 없어지니 말이다. 곧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로아 씨, 너무 부담 가지지 말아요. 어차피 로아 씨는 직원일 뿐이지 대표님이 아니잖아요.” 두 사람이 눈앞에서 펼치는 연극을 보며 나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연극도 관객이 있어야 하는 건가 보다. 없으면 진짜 연기를 할 수 없을 테니까.’ 그저 우쭐대고 끝날 줄 알았지만 손효정은 내게 공짜로 일까지 시키려고 했다. 그녀는 새로 작성된 업무 배분표를 들고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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