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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장 하늘을 찌르는 뻔뻔함

소성진이 나를 보러 오는 횟수가 늘어났고 이런저런 검사를 시키는 걸 봐서는 정말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 “형부, 지금이라도 영정사진 고르는 게 낫지 않아요? 유골함은 핑크색으로 해주면 안 되나요?” 떠보려고 내뱉은 말에 소성진이 나를 힐끔 노려보더니 말했다. “노트북도 하나 태워달라고 하지 그래요? 영수증은 안 필요해요? 저승사자에게 궁전을 설계해 줄 정도까지 올라가면 나랑 유정 씨 방도 남겨줄 거죠?” 요즘 내 말에 잘 대꾸하지 않다가 이렇게 많은 말을 해주니 나는 내심 기뻤다. “아니면 일단 종이로 만든 별장이라도 태워줄까요? 어떤 별장을 원하는지는 미리 알려주고요.” “미리 태워서 가족이 입주하면 한시름 놓을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러면 저승에도 부동산이 생기는 건데 일단 내가 10년 먼저 살면서 지켜줄게요.” 나는 스스럼없이 장난했지만 소성진은 고개를 숙인 채 내 말에 대꾸하려 하지 않았다. 검사가 끝나고 병실에서 나갈 때가 되어서야 소성진은 입을 열었다. “안 대표가 잘 챙겨주라고 부탁했어요. 희주 씨도 몸 잘 챙겨요. 안 대표는 안씨 가문에서 이런저런 어려움에 부딪히는 바람에 직접 오지는 못했지만 보디가드를 많이 남기고 갔으니 언제든 사용해도 돼요. 배진욱과 재결합하는 건 다시 생각해 봐요. 나는 재결합 반대에요.” 소성진이 진지하게 말했고 나도 그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배진욱은 이제 더는 좋은 짝이 아니었지만 살아있는 것도 큰 기적인 나에게 결혼은 사치였다. 검사를 마친 소성진이 병실에서 나가고 간호사가 내게 링거를 3병 더 놓아줬다. 그렇게 나는 점점 약에 골고루 버무려지고 있었다. “간호사님, 조금만 적게 맞으면 안 될까요? 아직 항암치료가 남아있어서요.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니까 불편해서 그래요.” 간호사가 입술을 앙다물더니 이렇게 말했다. “비싼 약이니까 다 맞아야 해요. 이 약들이 없었다면... 아무튼 몸조리 잘해요.” 나는 간호사가 한 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 있었다. 만약 이 약들이 없었다면 나는 진작 죽고 없었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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