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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장 재혼

“뭐라고?” 배성후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그의 말을 절대적으로 따랐고 그는 그 누구도 자신의 말을 거역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처음 배씨 가문에 들어갔을 때 나는 배성후가 이 집안의 절대적인 권위자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 아빠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3, 4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고 여전히 누구도 배성후의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못했다. “저 못 간다고요.” 나는 다시 한번 담담하게 대답했다. 예전에는 그가 나에게 잘해 준 것 때문에 무슨 요구든 다 들어주었지만 이제 진실이 밝혀졌으니 더 이상 그와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번 일에 그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배진욱은 내게 누명을 씌우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배성후는 다르다. 전 손자며느리쯤이야 회사만큼 중요하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배진욱은 그저 그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을 뿐이다. 내 대답에 배성후는 화가 난 듯했다. “희주야, 너도 알다시피...” “저는 진욱 씨에게 미안한 게 있어요. 진욱 씨도 제게 빚진 게 있고요. 하지만 저 배씨 가문에게는 잘못한 게 없어요.”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침대에 기댔다. “그리고 저 언제든 쓰러질 수 있어요. 제 건강 상태를 이미 알아보셨죠? 혹시 정말 그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길 바라시는 건 아니죠?” 나는 머리가 지끈거려 이마를 짚었고 말투도 더 차가워졌다. 배성후는 상당히 화가 난 것 같았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전화 너머로도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결국 목소리를 낮췄다. “희주야, 너도 알다시피 지금 상황에 내가 너를 찾아가는 건 적절치 않아.” “그러니 전화로 말씀하시면 되잖아요. 아니면 혹시 제가 녹음할까 봐 두려우세요?” 사실 배성후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이미 녹음 버튼을 눌렀다. 이 녹음 파일이 나중에 정말 증거로 쓰일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를 지킬 무언가는 갖고 있어야 했다. 내 말을 듣고 배성후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희주야, 진욱이 아직도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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