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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진짜 가족

변호사와 이혼 소송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한 후 나는 사무실로 돌아가는 대신 우리 엄마가 살던 아파트로 향했다. 고채영이 사람을 찾아 청소를 이미 마쳤고, 구조가 워낙 간단한지라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단지 침대맡에 선명한 손톱자국을 보니 당시 엄마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어쩌면 앞으로 나도 똑같은 경험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숨이 턱 막혀 서둘러 집을 나섰다. 고채영은 야근 때문에 늦는다고 해서 혼자 라면을 끓여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막 잠이 들 무렵 배진욱의 연락을 받을 줄이야. 나는 재빨리 전화를 끊었고, 이내 영상 통화가 걸려 왔다. 화면은 배진욱의 술에 취한 모습이며 들리는 건 김동우의 목소리뿐이었다. “희주 씨, 얼른 진욱이 데리러 와요. 이 자식 미친 것 같아요.” 이때, 휴대폰을 빼앗아 가더니 김동우를 덥석 끌어안는 배진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학교 다닐 때부터 술을 거의 안 마셨는데 그때만 해도 자제하는 줄 알았다. 나중에 되어서야 술에 취해 진상 부리는 걸 목격하게 되었다. 김동우가 주소를 보냈지만 난 곧바로 유시은에게 전달해줬다. 어차피 배진욱이 보고 싶은 사람은 내가 아니라 사랑하는 애인일 테니까. 그러고 나서 시름 놓고 다시 잠을 청했고, 한 시간 뒤 김동우한테서 미친 듯이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거의 애원하는 목소리로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희주 씨, 얼른 와주세요. 진욱이가 사람을 때려서 지금 경찰서에 있어요.” 나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배진욱이 사람을 때렸다고? 경찰서에 있다니?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상황에 생각마저 멈춘 듯싶었다. 결국 옷을 갈아입으면서 김동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곧바로 연결되었고, 휴대폰 너머로 큰 소리가 들려왔다. “경찰관님, 이 자식 와이프가 곧 도착할 거예요.” “희주 씨, 얼른 오세요. 배진욱 이놈 정말... 서둘러요!” 경찰서의 소란스러운 기척이 내 귀에도 들렸고, 배진욱과 유시은의 목소리도 어렴풋이 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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