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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4장 진실

비몽사몽인 상태로 일어났을 때 내 마음은 이미 고요해져 있었다. 문밖에서는 두 남자의 다툼 소리가 들려왔다. 배진욱의 감정은 다소 격앙된 듯했다. “왜 못 들어가게 하는 거죠? 전 희주의...” “전 남편이죠.” 안민혁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약간의 조소가 섞여 있었다. 역시나 배진욱은 그 한마디에 폭발했다. “전 남편이 어때서요? 우리도 한때 부부였어요. 그러는 당신은 뭔데?” “남친.” 나는 머리가 더 아파지는 것 같았다. 배진욱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곧바로 소리를 질렀다. “말도 안 돼. 희주가 그럴 리 없어. 희주가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데.” “희주는 당신 때문에 해외로 간 게 아니에요. 나 때문이죠. 나한테 피해주지 않으려고 그런 거라고!” “강희주, 희주야, 나 좀 들어가게 해줘!” 문밖의 소란스러운 상황에 나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배진욱이 모든 걸 다 알아차린 건가?’ 안민혁이 말했듯이 배진욱도 바보가 아닌 이상 진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난 이제 몸을 돌리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허약한 상태였다. 건강하다고 해도 믿을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의사가 들어오고서야 문밖에서는 벌이던 실랑이를 멈췄다. 안민혁도 조용히 따라 들어왔다. “의사 선생님, 희주 괜찮은 거죠? 왜 또 쓰러진 거예요?” “환자분께서 흥분하면 안 된다고 제가 여러 번 말했잖아요.” 의사는 나를 보며 약간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좋은 마음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죄송해요.”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차마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나도 좋은 마음 상태를 유지하고 싶었지만 자꾸 누군가 내 기분을 어지럽혔다. 특히 최지연이 배를 부여잡고 배진욱 뒤에 서 있는 모습을 떠올리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문밖에서 또다시 소란을 피우자 의사는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무력하게 말을 뱉었다. “만약 계속 소란을 피운다면 내쫓을 수밖에 없습니다.” “죄송해요. 바로 닥치라고 할게요.” 나는 급히 고개를 들며 안소연에게 말했다. “들여보내 줘.”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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