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장 도망친 사람
소유진이 전화를 걸어왔을 때 목소리는 아주 들떠 있었다.
“강희주, 너 또 나한테 빚졌어. 내가 영상을 찾아서 네 억울함을 풀 수 있게 해줬거든. 내 계정으로 올렸으니까, 빨리 가서 ‘좋아요’ 눌러줘.”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확인한 나는 서둘러 충전기를 찾았다.
소유진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했다.
그녀는 단순히 식당의 영상을 찾은 것만이 아니라 나를 반쯤 업고 식당을 나오는 자신의 영상까지 찾아냈다.
소유진은 사람들이 믿지 않을까 봐 맞은편 몇몇 상점의 카메라 영상을 찾아서 다른 각도와 같은 시간대에 그녀와 소성진이 나와 문정우를 데리고 나오는 장면을 공개했다.
소유진은 인스타에도 증거를 올렸다. 지난번 박유정이 일부러 그녀의 식당에 와서 촬영한 것도 나를 모함하려는 의도였다는 사실을 밝혔다.
박유정이 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해서는 소유진도 따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네티즌들이 알아서 파헤칠 터였다.
소유진은 전화기 너머로 흥분된 목소리로 계속 자랑을 늘어놓았다.
“강희주, 나한테 셜록 홈스가 될 자질이 있는 것 같지 않아? 나는 정말 정의롭고 아름다운 달빛 여신이자 너의 은인이야!”
“그래, 그러면 내가 몸으로 보답해야겠네. 어때?”
내 목소리에도 웃음기가 묻어 있었지만 그녀는 갑자기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강희주, 너 지금 머리 굴리는 소리 여기까지 들려! 소성진의 의술이 좋은 것 같으니 나한테 의지해서 목숨을 부지하려는 건 아니지? 하하. 뭐 안되는 건 아니고. 하하하!”
그녀가 말하지 않았다면 나는 나에게 병이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을 뻔했다.
나는 다시 한번 내 빛나는 머리를 만지며 그때 가발을 몇 개 더 사둘 걸 후회했다.
가발은 사이즈도 맞춰야 하고 손질도 해야 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소유진과 전화를 끊고 나서야 나는 인터넷 댓글들이 또 한 번 나에게 유리하게 돌아섰다는 걸 알았다.
강희주에게 하는 사과가 실시간 검색어가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유시은에게만 사과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배진욱에게도 사과를 요구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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