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장
김소정이 밥 한 공기를 다 비울 때까지 정지헌은 겨우 몇 숟갈만 들었다.
그는 그녀가 마지막 한 입을 입에 넣는 모습을 지켜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배 안 고프다며?”
김소정은 민망한 표정으로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제가 만든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한 입 먹다 보니 식욕이 도는데요.”
정지헌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더 이상 대꾸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김소정은 그의 눈치를 보며 두어 번 흘깃 쳐다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아까 드린 그 종이요. 무슨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입안의 음식을 삼키고 나서야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그 종이를 나한테 보여준 이유는 뭔데? 나랑 상의하려고 그러는 거야?”
김소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 종이가 너무 이상하게 나타났어요. 게다가 종이는 낡았는데 글씨는 금방 쓴 것처럼 보였고,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의도적으로 제 눈앞에 놓인 것 같았거든요.”
정지헌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여유로운 태도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 여자는 생각보다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은 듯했다.
“종이에 시간과 장소가 적혀 있으니 그 의미를 추측하는 것보단 내일 밤 직접 가보는 게 낫지 않겠어? 내일이 마침 15일이잖아.”
정지헌의 말에 김소정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내일 밤에 같이 가주시는 거예요?”
남자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거 네가 아버지 사건 조사하겠다고 시작한 거잖아. 지금 와서 무서워진 거야?”
김소정은 입술을 깨물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이 남자를 자신과 같은 편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그녀를 같은 편으로 여긴 적이 없었다.
애초부터 이 남자는 언제나 그녀를 싫어해 왔으니 말이다.
“그럼 이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김소정은 힘없이 중얼거리며 탁자 끝에 놓인 종이를 가져갔다.
담뱃갑을 집어 든 정지헌은 담배 한 대를 꺼내 물고는 불을 붙였다. 그는 연기를 한 모금 들이켜며 무심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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