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장
종이 뭉치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은 김소정은 따끔한 얼굴을 감싸며 애써 화를 삼키고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악마 같은 그 남자가 의자에 앉아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 남자가 왜 또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지만 김소정은 최대한 공손하게 말했다.
“대표님.”
정지헌은 의자에 몸을 기대며 펜으로 그녀 발치에 떨어진 종이 뭉치를 가리켰다.
“그거, 네가 그린 거지?”
“네?”
김소정은 의아한 표정으로 종이 뭉치를 집어 들었다.
종이를 펼쳐보는 순간 얼굴이 새빨개졌다.
거기엔 누가 봐도 추상적인 인물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림 속 캐릭터는 두 개의 송곳니가 돋보이게 그려져 있었는데, 분명 악마를 묘사한 것이었다.
옆에는 이름까지 적혀 있었다.
[정지헌.]
아침에 이것저것 생각하며 그린 낙서였다.
자료를 찾느라 분주하다 보니 이 종이의 존재는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이 남자의 손에 들어가다니.
정지헌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표정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김소정은 당황하며 변명하려 했다.
“이건... 대표님을 그린 게 아니에요.”
정지헌은 냉소를 띠며 말했다.
“지금 나랑 말장난해? 그럼 옆에 이름은 뭔데?”
김소정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 그녀는 조용히 그림을 접어 들고 마치 벌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고개를 떨궜다.
그 모습을 본 정지헌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테이블 위에 있던 서류를 집어 그녀에게 던지며 소리쳤다.
“나가!”
김소정은 황급히 돌아서며 문을 향해 걸어 나갔다.
정지헌은 책상 위의 종이들을 거칠게 정리했다.
몇 장의 낙서가 보였는데 온통 괴상한 소 그림이나 도깨비 같은 그림들이었다.
‘이 여자는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었길래 이런 것만 그리는 거야?’
더구나 그 괴물들을 자신과 연관 짓다니, 이건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날 밤, 김소정은 낮에 자료실에서 발견한 낡은 종이를 들여다보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종이는 오래된 느낌이 들었지만 글씨는 이상하게도 새것처럼 보였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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