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장
김소정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손을 씻던 그녀는 자연스레 거울을 보게 되었고 언뜻 남자처럼 보이는 누군가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 여자 화장실이잖아?’
잘못 본 건가 싶어 눈을 비비고 다시 봤더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정지헌이 있었고 언제 나타났는데 벽에 기대어 뚫어져라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귀신이야? 갑자기 여긴 어떻게 온 거지?’
잘나가는 회사 대표라면 소문이 나는 걸 꺼릴 텐데 이렇게 대놓고 여자 화장실에 들어온 것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손을 닦으며 돌아서서 남자를 바라봤다.
“여긴 어떻게 왔어요?”
그의 얼굴은 여전히 어둡고 싸늘했는데 아직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한 모양이다.
분위기를 봤을 때 누가 봐도 잘못을 따지려고 온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잘못을 했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설마 아직도 점심 그 일로 화를 내는 거야? 고작 두리안 냄새 때문에?’
김소정은 나지막하게 물었다.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마요. 창문 다 열었고 지금 가면 방에 아무 냄새도 없을 거예요.”
정지헌은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대뜸 손을 들었다.
목 조르는 걸 좋아했기에 이를 본 김소정은 무의식적으로 목을 감쌌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번에는 목이 아닌 그녀의 배에 손길이 닿았다.
화들짝 놀란 김소정은 황급히 뒤로 물러섰지만 허리가 세면대에 닿았다.
“뭐 하는 거예요?”
김소정은 배를 감싸며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봤다.
어느새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된 정지헌은 분노를 억누르며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누가 너한테 임신한 사실을 떠벌리고 다니래. 잡종 새끼를 임신하게 자랑이야? 김소정, 경고하는데 이번이 마지막이야. 한 번만 더 기분 잡치게 하면 그땐 가만 안 둬.”
남자의 말에는 분노와 조롱이 가득했다.
아무리 강한 김소정이라 해도 눈시울이 붉어질 수밖에 없다.
아이를 잡종이라고 하는 게 원망스러웠던 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정지헌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지헌은 여전히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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