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장
이 말에 허이준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고 인부들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김소정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혹시나 정지헌이 두 사람 사이를 오해할까 봐 왜 허이준 편에 섰는지 설명한 것뿐인데 정지헌의 말 한마디에 뜻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허이준이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김소정에게 말했다.
“아니면 너도 대표님께 걸래?”
“왜 그래. 누가 이길지는 아직 모르는 거잖아. 힘 빠지지 말고.”
정지헌이 웃음을 터트리더니 느긋하게 담배를 피웠다. 조바심이 난 인부가 김소정을 재촉했다.
“얼른 열어요.”
김소정이 박스를 열자 인부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이고...”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졌다. 정지헌에게 건 인부들이 진 것이다. 주사위의 수는 작았고 허이준이 이겼다. 흥분한 허이준이 김소정에게 달려가 말했다.
“내가 이겼어. 소정아, 우리 지지 않았다고.”
김소정이 허이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지만 눈빛은 정지헌의 안색을 살피고 있었다. 정지헌은 덤덤했고 별다른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담배를 손가락에 낀 채 다른 손으로 맥주병을 따더니 바로 입으로 가져갔다. 목이 우월하게 길고 셔츠 단추를 제일 끝까지 올린 정지헌이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술을 들이켜자 목젖이 아래위로 움직이는 게 살짝 매혹적이기도 했다.
김소정은 보기가 민망해 얼른 시선을 돌렸다.
‘이런 상황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정지헌이 금세 맥주 한 병을 다 비우더니 빈 병을 테이블에 올려두며 김소정에게 말했다.
“계속해.”
김소정이 주사위를 박스에 도로 넣더니 아까 했던 동작을 반복했다. 이번 판에도 여전히 허이준은 ‘작다’, 정지헌은 ‘크다’를 선택했다.
박스를 여는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주사위로 향했고 아까와 똑같은 탄식이 터졌다. 이번에도 허이준이 이긴 것이다.
허이준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상을 받은 아이처럼 자랑스러워했다. 김소정도 따라서 웃긴 했지만 눈빛은 여전히 정지헌에게로 향해 있었다. 연속 두 판을 진 정지헌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군말 없이 맥주병을 따더니 그대로 마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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